오늘, 나를 쓰다 ⓶ - 봄의 정령 아지랑이~꿈

by 세헤라자데

“각자의 마음속에 이글거리는 투명한 불꽃을 들여 다 보고 찾아내라는 것,

결국 공부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내 마음속의 아지랑이를 보는 일이다.


-어른의 말 中-


봄이다. 거실 창을 뚫고 들어오는 봄 햇살이 따갑게 느껴진다. 미간을 찌푸리며 실눈을 뜬 채 하늘을 올려 다 본다. 햇살에 춤추는 구름이 봄바람을 타고 푸른 하늘을 헤엄치고 있다. 마음이 한 결 부드러워진다.


한 동안 꾸지 않았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요란한 꿈. 빳빳하게 풀 먹인 하얀 카라의 교복을 입고 학교 정문에서 교실 건물까지 50미터가 넘는 긴 길을 헐레벌떡 뛰어간다. 지각이다. 복도를 지나 교실 앞문을 열면 막 시험이 시작되어 선생님이 시험지를 나누어 주고 있다. 앞에서 두 번째 책상의자에 서둘러 앉아 책가방을 열고 연필을 찾는다. 아! 어떡하지 연필이 없다. 주변을 두 리 번 거리며 당황한 나는 어쩔 줄 몰라한다. 혹은 방학이 끝나고 개학 날 교실풍경, 가방은 텅 비어있다. 방학숙제로 제출해야 할 과제물이 전혀 없다. 친구들은 선생님께 과제물을 제출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나는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


이른 새벽 화들짝 놀라며 잠을 깬다. 가슴이 답답하다. 이제는 시험도 과제물도 모두 필요 없는 나이인데… 꿈인지 현실인지 감각을 잃은 나는 머릿속을 굴린다. 내 나이가 몇 살이지? 학생은 아니지? 그래 나는 어른이지….


이 삼십 대의 나는 늘 가위에 눌리고, 악몽을 꾸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허둥대는 꿈을 꾸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늘 꿈을 꾸었다. 그러다 40대 초반 늦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수필가로 등단을 한 후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다 이루었다.’ 아마도 무의식 속의 나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나 보다. 그러던 내가 얼마 전부터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다. 마음 한구석에서부터 슬슬 올라오는 이 간지러운 흥분, 미열처럼 다가오는 긴장감, 초등학교 4학년 전국어린이 글짓기 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메달을 목에 걸고 전교생 앞에서 상장을 받은 기쁨은 그 후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해주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리라. 소설가가 되리라” 하하하~


관심 있고 좋아하는 걸 실제로 하려면 감당해야 할 것 또한 많다는 것은, 그 후 나의 인생 곳곳에서 나를 괴롭혔다. 잘하고 못하고 가 아니라 끝까지 마치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중간중간 잘 넘어지는 나는 이 또한 지키지 못했다. 진득하니 밀고 나가는 힘이 약한 것을 늘 환경 탓으로 돌리며 매듭을 짓지 못했다.


내 마음속에 이글거리는 투명한 불꽃을 들여 다 보고 찾아내는 것,

아주 오랫동안 그 불꽃을 잊고 있었다. 인생에는 몇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한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앞머리가 길고 숱이 많아 쉽게 붙잡을 수 있지만, 뒷머리가 민머리라 지나가면 다시는 붙잡기 어렵다고 한다.

현재,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찾아온 얼마 안 되는 기회중 하나인 것 같다.


내 마음속을 잘 들여 다 보고, 어제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꿈을 품고, 애쓰고 준비하고 있다면 기회의 신 카이로스가 내 앞에 나타났을 때 스치듯 지나치지 않고 덥수룩한 머리숱을 덥석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꼭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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