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는 그릿, 꾸준함이 다이어트가 될 수 있을까?

성공할뻔했던 다이어트 실패기

by 라임그린

멈춰버린 일들. 읽다 만 책들. 나는 꾸준함과 거리가 멀다. 매듭을 짓지 못한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네이버 블로그에 하겠다던 1일 1포스팅 다짐도, 한 달에 2권은 읽자는 독서도, 시작은 심히 창대하였으나 나중은 늘 미약했다. 딸아이에게 꾸준히 공부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했던 말은 늘 나를 향해 되돌아왔다. 정작 내가 꾸준히 해 온 일이라고는 출근과 퇴근뿐이니 말이다.


mri-2813911_1920.jpg


역시 계기가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네!

2019년 추석이 지나고 어깨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병원을 방문했고 입원했다. 의술에 능통한 담당 의사는 뚜껑이 떨어져 나간 드럼 세탁기 속으로 나를 집어넣었다. 통 속에서는 이상한 굉음이 1시간 이상 지속되었고 몸속 구석구석 사진을 찍어 댔다. 의사는 세탁기 속에서 나온 나를 향해 목디스크라고 이야기했다. 어쩔. 목이 짧은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틀을 입원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몸을 너무 편하게 두었나? 움직임이라고는 숨쉬기뿐이었고, 하루에 1km도 걷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건강을 위해 무언가 해야 했고 익숙한 것들과 이별을 해야 했다.


걷기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나에게 하루는 24시간뿐이었기 때문이다. 걸어야 살 수 있었다. 퇴원을 하고 회사까지의 거리를 검색했다. 자차로 열심히 달리면 짧게는 40분, 길면 1시간이다. 대중교통을 알아보니 2시간이 나온다. 패스. 출퇴근 시간에 걷기는 무리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 눈과 입과 손가락의 움직임이 전부였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았다. 몸을 쓸 수 있는 시간은 6층 사무실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일이었다. 1층 디자인실에 가게 되면 하루에 4번 정도 계단을 이용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나의 허벅지 건강을 위해서는 그쯤은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steps-388914_1920.jpg

또 하나, 나는 18층 아파트 꼭대기에 살고 있다. 하루에 1번씩만. 퇴근 때만 집에 올라도 하루에 40층은 걸어 올라가는 샘이다. 꽤 괜찮다고 생각하고 2019년 10월 중순부터 계단 오르기를 시작했다. 한 달간은 죽을 맛이었다. 이놈의 계단은 왜 이리 올라가기 힘든지. 하루에 120m 올라가는 데도 그렇게 힘들었다.


딱 한 달을 하니 몸이 바뀌는 걸 느낌 아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아픈 데가 사라졌다. 어깨 통증도 없어지고, 다리에 근력이 생겨서 그런지 처음보다 올라가기 수월했다.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았다. 아이폰 건강 앱에는 10월, 11월은 평균 23층 올랐고, 12월에는 32층 올랐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계단 오르기를 멈추지 않은 덕분이다.




계단 오르기라도 꾸준히 하니 건강이 좋아진다. 6개월간 계단을 오르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했다. 건강 상태가 더 나아지겠지. 숨차지 않고 힘들지 않게 계단을 오르겠지. 두 달 만에 효과를 봤으니 당연히 더 나아질 거라는 생각을 한다.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 보시라! 건강을 생각한다면 꾸준히 계단이라도 올라야 한다.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건 계단을 꾸준히 오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힘들지 않게 18층까지 올라가는 힘. 더 이상 어깨가 아프지 않게 되는 힘. 나에게 삶의 무기는 무엇인지 물어본다. 생각만 하는 결과인가? 행동하는 꾸준함인가? Grit은 결국 꾸준함이다.




emotions-2764936_1920.jpg

PS.

계단과 사이가 좋아야 한다.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왔고, 가끔 어깨도 아프다. 그리고 나는 비만이다. 나를 아는 사람은 내가 정상 몸무게라고 착각한다. 속고 있는 것이다. 상체보다 다리가 길기 때문에 착시현상을 보고 있는 것. 계단과 멀어지고 정제된 탄수화물과 사이가 좋아진 결과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