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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대디 Jun 02. 2023

프로답게

그게 뭔데

회의시작 2분 전, 다짐한다. 

'힘 빼자. 힘 빼자. 회사잖아 여기는.'

'그냥 일이다 일.'


회의 시작한 지 20분이 지나고 

상대방의 말 한마디가 '똑딱' 하고 

내 안의 분노 스위치를 누르면 


성난 '헐크'가 되어 

주워 담지 못할 말을 퍼부어 덴다. 


회의실 분위기가 싸- 해진다. 


'아. 그 말 한마디만 그냥 듣고 넘기면 될 것을'




"그분은 왜 자꾸 회의 때 화를 내실까요? "

"그러게요. 아무리 그래도 비즈니스 관계에서 그러시면 안 되는데"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는데, 

회의를 다녀온 다른 팀원이 하는 얘기가 파티션 너머로 들어와 

귀에 꽂힌다. 


내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회사에서 간혹 보다 보면, 감정 섞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저는 이해가 안 갑니다. 회사에서 뭐 하러 그렇게 화를 내시는지."


나도 3년 전에는 이런 말을 했었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돼버린 걸까. 


억울하다. 

망할 놈의 회사가 나를 이렇게 만든 것 같아서. 


매일 밤 기도도 한다. 

"주님. 불평보다는 감사하게 해 주세요."


그런데, 변함이 없는 업무환경과

뒤돌아서면 쌓여있는 메일 

도대체가 누구 일인지도 식별 안된 업무들을

결정도 못하고 오늘도 의미 없는 회의로  

서로에게 폭탄 돌리고 있는 상황에 


빡치다 하루가 다 간다. 



'아. 내가 왜 그랬지. 무슨 말을 한건 지 기억도 안 나네.'

격정적인 회의를 마치고 

마른세수를 하며 후회하던 어느 날 저녁식사 시간. 


직장생활 선배인 아내에게 

나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여보, 오늘도 회의 시간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ㅇㅇ이가 이렇게 말을 해서 내가 엄청 화가 나더라고" 

"여보. 근데 듣고 보니 자기 약간 정신병자 같아."

"정! 신! 병! 자?"

"아니. 그게 그렇잖아. 내가 듣기에는 상대방이 한 말은 충분히 그럴 만 한데. 자기가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

"아 그래? 그 정도야?"

"응. 그게..."

 그렇게 

 잠들기 전까지 대략 2시간가량을 아내의 잔소리를 들었다. 


"하. 그래. 자기 말이 다 맞아."

"그래. 회사에서는 그렇게 감정적일 필요가 없어. 다 그냥 일일 뿐이야. 프로답게 하라고 프로"

"그래. 명심할게"


그래 프로답게 하자. 

어차피 회사 일. 

결국 내 일도 아닌 것에 목숨 걸지 말자. 


근데 그게 '프로'답게 하는 건 지는 잘 모르겠다. 

누구는 회사 일을 내 사업하듯이 하라던데.


차라리, 


젠틀하게 화를 내는 방법을 배워야 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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