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대환영
해가 길어진 여름이면 구름 사이로 햇살이 가까워져 뺨을 꽤 뜨겁게 했다. 누군가는 노을에 반해서 제주에 살게 되었다고 했던가. 구름과 노을은 붉어진 장관을 자아내지만, 뛰어노는 것에 정신 팔린 아이들은 잠시 눈길을 주었을 뿐이다. 이런 날이면 우린 제법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놀아도 괜찮았다. 주황빛 노을이 그러라고 허락했기 때문이다. 작은 오름 아래에 있는 바둑판 모양의 작은 마을은 뒤늦게 조성된 덕분에 제주의 올레와는 다르게 큰 길이 있었다. 그 골목에서 깡통 차기,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와 같은 놀이를 많이 했는데, 깡통 차기는 가장 잘 차는 친구가 깡통을 차고서 술래가 깡통을 찾으러 간 사이에 도망가서 숨는 숨바꼭질과 비슷한 놀이이다. 집마다 벽돌로, 제주의 돌로 지어진 담벼락 사이로 놀러 나온 아이들은 키도 나이도 모두 다양했다. 그래도 같이 어울리는 것에 문제는 없었다. 잘하는 친구는 술래와 가까이 시작하고 나 같이 느린 꼬맹이는 술래와 이미 먼 곳에 자리를 잡고서 술래가 깡통을 차면 까르륵 같이 웃으며 뛰어갔기 때문이다. 신이 난 아이들은 땀이 나고 볼이 빨개지는지도 모르고 쉼 없이 뜀박질했다. 길어진 그림자만큼이나 아쉽게 보내는 하루의 끝에 붉어진 구름을 따라서 내달리며 바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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