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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더는 미루지 말 것

아름다운 독자들에게

by 밝고바른

2024년 여름, 셋째 아이를 계획하며 약 복용을 중단했다. 전에도 워낙 이것저것 하다만 취미가 많았는데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도 곧 그와 같은 신세가 될 것 같아서 걱정했다. 얼마간은 괜찮았지만, 몇 달이 지나니 책을 읽기 힘들어졌고, 글은 어떻게 써내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겨우 만들어 낸 문장들을 한 덩어리의 글로 만드는 일은 퍼석거리는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렵게만 느껴졌다. 마치 여러 사람의 다른 말들인 것처럼 글의 방향도 이리저리 휘청거렸고 글 조각들은 서로 나에게서 벗어나기만을 바라는 듯했다. 여러 역할을 해내야 하는 나에겐 무엇도 복잡하고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기만 했다.

글을 쓰는 과정을 즐겼던 것도 잠시였다. 생각만큼 좋은 결과물을 포기하더라도 글을 완성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만 느껴져서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그동안 해온 좋은 성과들로부터 문턱을 넘길 수 있던 기회들이 몰려온 탓에 더 아쉽고 그래서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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