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들었습니다.”
군대에 들어오면 신기한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이등병은 들었으면서도 계속해서 ‘잘 못 들었습니다.’ 라 말하고, 업무를 해도 그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릅니다. 훈련을 해도 뭔가 어설프고, 행동을 해도 뭔가 부자연스럽습니다. 들어도 못 들은 것 같고, 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됩니다. 병장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분명히 몇 번을 보여줘도 알아듣지도 알아보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비단 군대 안에서만 그런 것 같지만 않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은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버립니다. 들어도 듣지 못하고, 봐도 바라보지 못합니다. 들어도 핵심을 모르고, 보여줘도 뭐가 잘못되어 있지는 바라보지 못합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그렇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조심한다고 하지만 그 사람에게 실수하기가 일쑤입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 사람에게 맞춰질 수 있고, 그동안 쌓아두었던 오해가 풀리면서 그의 진짜 마음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렇듯 ‘처음’의 또 다른 이름은 어색함입니다. 그리고 그 어색함은 내가 이제껏 바라보았던 그것들과는 다른 것들을 바라보기에 생겨난 것들이죠. 내가 살기 위해서는 그 어색함을 익숙함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계속해서 어색하게 있다가는 ‘관심병사(보호관심병)’로 남게 될 것입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스스로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혼돈의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주위에서 들려주는 여러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쪽을 향하게 되었을 때, 그 혼돈에서 빠져나오는 오솔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내가 해야 할 일도, 내가 지낼 모습도 찾을 수 있게 되죠.
어색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렇듯 내가 바라보았던 그 시선을 이제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 고개를 돌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내가 살았던 그 시각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고개를 돌리기 위해서는 계속되는 철퇴가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계속해서 내 머리를 돌리도록 머리에 충격을 가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쪽을 향할 수 있게 됩니다. 나의 고정된 시선을 바꿀 수 있는 충격이 필요한 것이죠. 그 충격을 통해서 새로운 방향을 향하고 새로운 것을 바라보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새로운 곳을 바라보지 못하고 헌 것들에만 시선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로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버겁고 힘들고 아프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새롭게 다가오는 나의 것들에 대해서 ‘잘 못 들었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지내고 있죠.
이제 올바로 알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해할 수도 없고 아프기까지 하지만 그것들을 받아 안아보십시오.
*Door of mind closes / A5, 크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