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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징구리 May 29. 2021

2% 부족할 때

“목마름”

   예전 음료 광고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전지현과 백수 조인성이 나옵니다. 전지현이 말합니다. “사랑에 관한 가장 잘못된 오해는 그 어떤 것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현실의 사랑은 취업의 차이 하나에도 휘청휘청거리니까.” 이에 조인성은 또 대답합니다. “사랑에 관한 가장 잘못된 오해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현실의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 아주 작은 추억에 불과하니까.”


   이는 ‘2% 부족할 때’의 광고입니다. 색깔 없는 메마른 도시에, 사람도 그렇게 많이 다니지 않은 거리 광고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이 음료를 마시는 둘의 모습은 정말 그들이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서로에 대해서 갈증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무엇이 그들을 갈증 나게 만들까요? 부족한 돈, 부족한 관계, 서로에 대한 오해? 어찌 되었든 간에 그들은 어딘가에 목말라하고 있고, 그 음료를 계속해서 마십니다.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하면서 말이죠.


   우리는 어떤 것에 목마른 채 살아갑니다. 물리적으로, 물에 목마를 수도 있고, 또 다른 대상에 목마를 수 있습니다. 목마르지 않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다른 어떤 것을 찾지만 우리의 목마름은 해소되지 않습니다. 돈에 대한 목마름은 많은 돈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사람에 대한 목마름을 인기로 채우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얻어지는 것은 외로움입니다. 갈망하면 갈망할수록 얻어지는 것은 목마름입니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사랑의 대상은 나에게서 멀어져만 갑니다. 그렇다면 목마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음료를 마시면 되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내 목마름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시죠?

   우리는 항상 목마릅니다. 항상 부족함을 느낍니다. 이런 갈증을 해결하는 방법은, 갈망하는 것이고, 그 갈망 뒤에 나타나는 우리의 희망은 우리를 절대 부끄럽지 않게 할 것입니다. 현실의 부족함이 부족함으로 끝나지 않고, 채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목마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그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현실의 목마름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지현과 조인성이 계속해서 목마른 이유는 서로의 목마름을 서로가 바로 바라보고 그것을 채워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은 서로의 목마름을 계속해서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서로에게 전달되지 못합니다. 마치 목마를 때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처럼, 마시면 마실수록 서로의 갈증은 더해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갈증을 바로 바라보지 못할 때, 그 갈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없을 때, 우리는 언제나 ‘목마른 채로’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목마름은 고통의 장소가 아니라 희망의 장소입니다. 우리는 목마르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목마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게 만듭니다. 갈증이 있기에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목마름을, 그 뒤에 있는 희망을, 희망 뒤의 사랑을,…


   목마름을 희망과 사랑으로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목마름 A4, 정밀묘사, 4B,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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