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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징구리 Jun 06. 2021

나에게 주어진 한계

“한정판”

내가 가진 돈은 만원 정도입니다. 어떻게 놀까 생각하다가 오락실에 갔습니다.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을 게임에 집중합니다. 내 눈과 내 손과 내 감정까지 말이죠. 내가 가진 모든 것, 내 노력과 시간과 돈을 그곳에 쏟아붓습니다. 너무나도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한판 한판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해진 돈으로 정해진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고자 합니다.

이런 재미를 누리고자 똑같이 집 안에 있는 컴퓨터로 •Mame 게임을 깔았습니다. 내가 편안하다고 여겨지는 시간에 게임을 하기 시작합니다. 꿈꿔왔던 것이 현실이 됩니다. 무한대로 제공되는 코인과 치트키로 upgrade 할 수 있는 능력치, 오락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1,000개가 넘는 오락들. 그런데 그 게임은 오락실에서만큼 재미있지 않습니다. 애틋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지도 않습니다. 버튼만 누르면 쉽게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하지 않고, 마음을 다하지 않으면서 하게 되는 그 게임들은 쉽게 지루해집니다. 여러 종류 게임을 선택해서 조금씩 하다가는 금세 그만하게 됩니다. 우리가 재미있게 지내는 방법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인가 무한하게 가지게 되었을 때, 내 능력치가 무한대가 될 때, 혹은 내 생명이 무한하게 될 때, 세상 살아가는 것은 재미가 없을 것입니다. 내일이 휴가라면 그 휴가는 별 의미 없이 재미없게 보내게 될 것입니다.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들은, 그 안에서 즐거울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이 가치가 있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이 ‘한정판’으로 나에게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은 한낱 연기와 같다고 말하죠.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연기는 내가 스스로를 태워서 생겨난 것입니다. 이 세상은 내가 태운 불을 통해서 더 따뜻해지고 밝아졌던 것이죠.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겠다는 사실을 말이죠. 내 인생에 주어진 모든 것들은 한정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일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면서 내일을 대비하면서 오늘을 살아갑니다. 내일을 대비하는 것만을 위해서 오늘을 살아갑니다. 돈을 모으고, 보험도 들고, 휴가를 받기 위해서 노력도 하고...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면서 오늘을 내일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죠. 그렇게 나에게 오지도 않는 내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죽이면서 말이죠. 지금 깨어있지 못하고 나중에 깨어날 자신의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한계가 주어져 있습니다. 그 한계는 지금의 나를 더 살아있게 만듭니다. 지금의 삶을 더 치열하게 살아가게 합니다. 나 자신을 태우게 하고, 나의 삶을 더 절실하게 만들어 줍니다. 나에게 주어진 한계는 나의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줍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나에게 다가오는 한정판입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일들도, 나에게 다가오는 장애물들도, 내 앞길을 막는 방해물들도 말이죠. 그것들은 내 한정판인 내 삶에 한정판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나를 만드는 소중한 것입니다.

한정판인 오늘을 잘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마크 트레인은 이야기합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Multiple Arcade Machine Emulator'의 약자. 말 그대로 오락실 게임 기계의 CPU, 비디오, 사운드 등을 가상으로 구현해서 기판에서 PC로 덤프 된 롬 파일을 실행시키는 에뮬레이터.)

*毆槃捫燭 (구반문촉), 먹물, 종이 35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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