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다운 징구리 Jun 07. 2021

삶과 죽음의 여유

“날숨과 들숨”

   무엇이 삶이고 무엇이 죽음입니까? 우리는 숨이 있을 때 살아있다고 말하고 숨이 없을 때 죽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잘 숨 쉬게 하는 것이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세상은 계속해서 ‘편한 것’을 만들고, 사람들은 ‘편하게 살기 위해’ 여러 가지의 것들을 삽니다. 불편한 것이나 귀찮은 것들을 계속해서 치우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것들이 나의 숨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숨을 잘 들이마시는 것에 신경 쓰며 살아갑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공기를 마시고, 편한 집에 살아가는 것. 그런 것들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며 지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은 들숨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날숨을 통해서 우리는 더 크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숨이 쉬지만,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숨을 죽이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 존재를 계속해서 드러내지 않고 지냅니다. 마음이 오그라든 상태에서 혼자 갇혀 지내고 있습니다. 그때는 내 존재가 무시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오히려 죽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와는 반대로 좀 불편하고 힘들게 숨을 내쉬었지만 그것을 통해서 어떤 일을 성취했을 때, 내 존재가 다른 이들에게 드러나게 됩니다. 그때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삶과 죽음의 여부는 들숨에 있지 않습니다. 날숨에 있습니다. 어떤 것을 가질 때 보다 무엇인가를 줄 때 우리는 더 크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우리는 날숨으로 말을 합니다. 날숨으로 내 존재를 드러냅니다. 내가 드러내는 행동은 날숨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날숨을 통해 세상에 내 이야기가 적혀 내려갑니다. 또한 계속되는 날숨을 통해서 이야기는 다른 이들에게 계속해서 전달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이들의 마음에 기록되어서 계속해서 남겨지게 되죠. 그때에는 나의 들숨 여부와는 상관없이 나의 날숨이 다른 이들의 들숨으로 남아있게 됩니다. 내가 물리적으로 들숨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내가 만든 그 날숨이 다른 이들의 들숨으로 마음에 간직되어 그 사람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죠. 그때 나는 그 사람 마음 안에 ‘기억’ 안에 살아있게 됩니다.


   우리는 무엇을 얻을까 생각하면서 지냅니다. 그런데 중요한 모든 것은 나에게 주어진 것들입니다. 우리가 정작 신경 써야 할 것은 그것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일 것입니다. ‘들숨’의 숨은 나에게 주어졌지만, ‘날숨’의 숨은 나에게 맡겨진 것입니다. 나의 숨이 다른 이들을 살릴 수 있는 참된 이야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때 나의 숨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마음에서 숨 속에서 영원히 남게 될 것입니다.



                                                 *삶과 죽음, 4B연필, 종이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주어진 한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