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손에 있는 것”
우리의 삶은 수많은 생각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이 나를 뒤덮고 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입을까, 무엇을 할까? 하는 일상적인 생각에서부터 내가 관심이 있어하는 분야, 주식이나 부동산의 가격. 이런 생각들로 나의 하루는 채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항상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과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매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면 그 생각들을 하지 않고도 익숙하게 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자는 시간에 자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문고리를 잡고 어떻게 돌려야 할지 생각하면서 돌리지는 않습니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어떻게 쥐어야 하는지, 숨을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우리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됩니다. 기숙사 점호 시간이 되었는데 들어오지 않는 사감을 두고 우리는 생각하게 됩니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쥐었는데 뭔가가 묻어있거나 그것이 부러질 때 우리는 그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문고리가 평소처럼 열리지 않을 때 그 문고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평범한 반찬이 아니라 특별한 반찬이 나왔을 때 우리는 생각하게 됩니다. 생각은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사건과 조우할 때만 발생하는 것입니다.
‘내 손에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것, 나에게 익숙한 것들입니다. 그것과 관계할 때 우리는 별 특별한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손안에 있지 않은’ 예외적인 것과 우리는 만나게 됩니다. ‘눈에 띄는’ 어떤 것.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어떤 것 앞에서 우리는 생각하게 됩니다. 낯섦이 찾아오는 순간 우리의 생각은 깨어나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내 손에 있는 것’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사물도 사람도. 내가 생각하는 수고로움을 없애버리고자 합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도 그 사람을 ‘내 손안에’ 두고자 합니다. 그리고는 생각 없이 그를 대합니다. 친숙해서 상대방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는 습관적인 관계에 머물려고 합니다. 긴장감 없이 그 사람에 대한 생각 없이 지내려고 하죠.
하지만 그렇게 될 때, 더 이상의 새로움은 없어지게 됩니다. 그리고는 자기 뜻에 따라서 맞지 않는 상대의 모습을 보고는 ‘변했다’라고 이야기하죠. 내 손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 범위를 벗어나는 그 모습을 참지 못하는 것이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내 손 밖에 있는 것’입니다. 내 손안에 있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그 모든 것들은 나에 대한 배려를 통해 얻은 특별한 것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사물도 사람도 사건도 말이죠. 어느 순간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내 손안에 있는 것으로, 움직이지 않는 가구와 같은 것으로 감정과 생각 없이 무관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안에 있는 특별한 것, 신적인 것, 은총의 모습들을 잊어버리면서 지내고 있죠.
이제 그 모든 것에서 깨어나야 할 때입니다. 처음의 그 모습들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익숙하지 않아서 더 많이 신경 쓰며 지내고 있었던 그때, 늘 깨어서 지내야 했던 그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합니다. 긴장하면서 만났던 그 순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그 안에 있는 사람의 모습을 그 뒤에 있는 노력을, 그 사람의 마음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손에 있는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내가 규정해놓은 법칙들을 내려놓고 사물들을, 내가 규정해 놓았던 사람의 모습을 내려놓고 그 사람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손 밖에 있을 때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내 손에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익숙한 것과 낯선 것.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모습들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삶의 기준, 정밀묘사, 4B연필, 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