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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징구리 Jun 20. 2021

기억에 갇힌 우리

“좋은 기억”

   기억은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나쁜 모습을 피할 수 있고, 기억하고 있기에 과거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으며, 기억하고 있기에 나의 존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립하면서 지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기에 우리는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여러 관계를 기억하고 있기에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으며, 기억하고 있기에 우리는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기억은 좀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기억은 내 생각을 옭아매기도 합니다. 아픔의 기억은 그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게 나를 묶어 듭니다. 나에게 상처로 다가오는 관계에 대한 기억은 그 관계를 맺지 못하게 만듭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체한 기억은 그 음식을 기피하게 만듭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은 그 사람을 미워하게 만듭니다. 옛날에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만남의 대상을 그 기억 안에 가두어서 새로운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기억은 나의 모습을 어떤 특정한 틀에 가두게 만듭니다.


   이렇게 기억은 이중적입니다. 기억은 내가 좋은 곳으로 계속해서 인도하지만, 동시에 그 좋은 곳에 갇히게 만듭니다. 우리는 기억 속에 갇혀서 더 나은 곳으로 가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정말 좋은 것들을 그 기억으로 인해서 놓치면서 살아갑니다. 기억의 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또 다른 기억에 있습니다. 내가 가진 사고의 틀을 깨게 만든 기억, 그 기억이 나를 계속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인도합니다.


   계속해서 넘어지는 기억은 좋지 않은 것이지만, 넘어지는 기억 뒤에 나를 일으켜주는 어머니가 있다면 넘어지는 기억은 어머니로 인해 좋은 기억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 기억으로 인해서 아이는 기어 다니지 않고 나중에는 뛰어다니게 됩니다. 높은 데서 떨어지는 기억은 좋지 않지만, 그 밑에서 받쳐주고 있는 아버지가 그 기억에 함께 있다면 아이는 자라서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기억으로 인해서 아이는 더 높게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렇습니다. 내가 넘어지는 기억에 갇힌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좋은 기억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그 기억으로 인해서 내 틀을 한번 더 깨고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어린아이, 잉크펜,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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