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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징구리 Jun 18. 2021

편견

“믿음의 가면”

   제가 예전에 즐겁게 보았던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복면가왕’입니다.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게 하고, 그중에서 더 듣고 싶은 목소리를 투표로 뽑아 가왕의 자리에 앉히는 프로그램입니다. 그 프로그램은 등장하는 사람의 직업이나 생김새, 인식이나 얼굴 등 우리가 만든 이미지를 벗어버리게 해서 진짜 바라보고 싶은 것에 집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복면은 참가자들의 외모, 나이, 경력, 소속, 평판 등의 세상의 소리를 소거한 채, 온전히 노래에 그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우리의 인식에 가리어져서 볼 수 없었던 그 사람의 목소리를 복면을 통해서 우리는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그곳에서 계속해서 화두 되는 것이 바로 ‘편견’이라는 말입니다. ‘편견은 우리에게서 행복을 앗아가는 주범이다. 하지만 가면은 우리에게 편견 없는 행복을 가져다준다. 편견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가면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사랑하게 한다.’ 등의 말이 그 프로그램의 시작에 나타납니다.


   편견(偏見)이라는 것은 한쪽 면만을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한쪽을 바라보기에 그 다른 쪽을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바라본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 눈으로 다른 것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편견’이라는 눈에 가려서, 우리는 그 사람의 모습을 잘 바라보지 못하면서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눈을 뜨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눈에 가려서 바라보지 못합니다. 나를 보게 만드는 그 눈이 나의 눈을 멀게 만들고 있습니다. 귀를 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는 귀를 닫으면서 살아갑니다. 내가 들을 수 있게 만드는 그 귀가 오히려 나의 귀를 닫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진짜 봐야 할 것을 바라보지 못하고, 진짜 들어야 할 목소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가진 편견으로 인해서 말이죠. 실질적으로 그렇습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바라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텔레비전도, 사람도, 사건도. 그런데 정작 바라봐야 할 것은 바라보지 못하면서 지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똑같이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들으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정작 들어야 할 말을 듣지 못하면서 지냅니다. 정작 집중해야 할 것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지냅니다. 우리는 열린 눈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닫혀 있고, 열린 귀를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닫혀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귀머거리입니다. 서로의 말을 서로의 생각대로 나는 알아듣지 못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벙어리입니다. 나의 말이 있는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의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는 그 사람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가 머릿속으로 가지게 되는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은 그 사람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내가 가진 판단들’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 생각으로 인해서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버려야 합니다. 복면가왕에서 ‘가면’을 쓰는 것처럼, 우리는 믿음의 가면을 써야 합니다. 나를 인정해주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의 가면을 통해서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대로 ‘나’로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인정을 받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우리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눈은 진짜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열릴 것이고, 우리의 귀는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열릴 것이고, 우리의 다리 역시도 있는 그대로 내 의지대로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나를 막고 있는 모든 것들이 치워질 것입니다. 닫혀있지 않고 열린 모습을 하게 될 것입니다.



                                  *편견, 젓가락과 만년필 잉크,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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