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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징구리 Jul 20. 2021

하와

“우리는 살아있는 존재”

   ‘하와’는 존재(being)의 여성형 명사입니다.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은 ‘살아있음’을 느낄 때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자기 아내의 이름을 하와라 하였다. 그가 ‘살아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이다. ‘


   우리는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살아있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우리는 노력합니다. 우리 삶에서의 선택의 목적은 바로 살아있기 위해서입니다. 더 큰 생명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노력합니다. 더 크게 살아있기 위해서, 더 자유롭기 위해서 말이죠.


   그런데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짊어지려고 하는 것보다는, 무엇인가를 놓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삶보다는 죽음이 더 직접적으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죠.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들을 우리는 치워버리려고 합니다. 나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들에게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고, 또 더 나아가 내 삶의 짐들을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려고 합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 말이죠.


   아담(남자)과 이브(여자)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떨어질 죽음의 상황을 피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계속해서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회피하는 것에 있습니다. 지금의 순간이 너무나도 그들에게 버겁게 여겨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뱀에게 탓을 돌리고 있습니다. 결국 그렇게 해서 그들은 모든 일의 책임을 하느님께 돌리고 있죠.


   우리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게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내가 가지고 싶은 것만을 가지려고 합니다. 내가 짊어지고 싶은 것들로만 내 가방을 채우고 있습니다. 나에게 좋은 것들만 선택하면서 지내고, 다른 이들에게 좋은 것들은 나중에 선택합니다. 나에게 지워진 짐이 너무나도 무겁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때 나에게 먹기에 좋은 열매만 따 먹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 뒤에 발생하는 그 찌꺼기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도 아니고, 만지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그것이 우리 삶에 찌꺼기인 죄의 모습입니다. 내가 좋은 것을 선택하게  , 우리는  뒤에 남아있는 찌꺼기인 죄의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존재의 근원을 떠나 스스로 존재가 되고 싶어 했던 하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세상에 찌꺼기인 고통을 남겼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대로  , 우리에게 얻어지는 것은 고통임을 그녀는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나에게 좋은 것만을 선택하고, 나에게 좋지 않은 것들은 버리는 . 세상은 그런 찌꺼기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고통이 가득하게 됩니다.



                                *육체의 가시, 수채 연필, 종이 25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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