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다운 징구리 Jul 21. 2021

존재 자체

“있다”와 “이다”

   ‘있다’와 ‘이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분명 다릅니다. 내가 서울에 있다는 것과 내가 서울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하게 다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두 가지를 헷갈리면서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고, 어디에선가 지내고 있으며, 어떤 특정한 능력이 있으며, 또한 그런 것을 바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즘 사회에서 많이 말하고 있는 것은 ‘있는 것’입니다. 또한 나에게 요구되는 것 역시도 ‘있는 것’입니다. 해외에 있는 것,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사물 등.


   있는 것은 시제를 가지고 있는 말입니다. 때에 따라서 있다가도 없을 수 있는 것, 변화 가능한 것에 우리는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있다의 반대말은 ‘없다 ’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있다가도 없을 수 있는 것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돈도, 내가 지내고 있는 장소도 그 시기에만 허락된 것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것을 가지고 우리는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에 비해 ‘이다’라는 말은 시제가 없습니다. 그것은 변화되지 않습니다. ‘이다’의 반대말은 ‘아니다 ’입니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나는 서울 사람입니다. 내가 어떤 옷을 입고 있든지 나는 교수입니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간에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것, 그것을 두고 우리는 ‘이다.’라고 말합니다. 나를 누구로서 새김질할 수 있는 모습을 두고 우리는 ‘이다.’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있다’를 ‘이다’라고 착각하며 지냅니다. 내가 존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무엇을 가지고 있고, 어디에 지내고 있는 것이 나의 본래 모습보다 우선시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내가 지내고 있는 장소로, 판단 당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의 가치를 확인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더 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죠. 주어진 ‘나’에 집중되어 있지 않습니다. 술어인 ‘그것’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나를 잃어버린 채, 내가 가진 그것에 신경을 쓰며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있는 존재’가 아니라 ‘빛’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있는 무엇’이 아이라 그냥 존재 자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한줄기, 수채물감, 종이 350g

작가의 이전글 하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