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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징구리 Jul 15. 2021

빈손으로 태어난 우리

“내 것”

   우리는 가진 게 없습니다. 빈손으로 태어난 우리는 가진 게 없습니다. 내가 입고 있는 옷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갈 것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직장도 내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도 내 것이 아니고, 내 몸도, 내 생명도 모두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한 ‘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이 모두 ‘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입고 있는 옷도, 내가 다니는 직장도, 내가 낳은 자녀들도 모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내 것으로 변합니다. 내 노력이 들어간 어떤 것들에 대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진 게 많아지고 또 이를 놓지 못합니다. 내 노력의 대가로 그것들을 휘두르려고 하죠.


   실제로 생각해보면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선물입니다. 내 생명까지도 말입니다. 우리는 계약서를 쓰고 생명을 얻어내지 않았습니다. 내가 마시는 공기와 물, 내 가족, 내 주변의 모든 상황 역시도 내 것이 아닙니다. 재물도 사람도 명예도 모두 우리는 마지막 순간에 결국 놓아야 합니다.


   내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 그것이 불행의 시작입니다. 내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을 우리는 소유하려고 합니다. 상대방의 사랑을 소유하려고 하기에 우리는 서로를 의심하고 상처를 줍니다. 타인의 것을 내 것이라고 소유하려고 하기에 서로 다툼이 일어납니다. 나의 옳음을 소유하려고 하기에 타인이 옳은데 대해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생김으로써 ‘나’라는 틀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 있는 것도 갇혀있기 때문에 결국 썩어버리게 됩니다. 우리 인생과 같이 말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은 부모님께 거저 받은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할 때 우리는 모든 일에 감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을 때 우리는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타인의 것을 인정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받은 것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무제, lomo, 10.5cm x 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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