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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징구리 Aug 04. 2021

폭풍우 치는 밤에

“철부지”

   ‘폭풍우 치는 밤에’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폭풍우가 거세게 몰아치던 밤, 염소 ‘메이’는 비와 번개를 피해 오두막에 몸을 숨깁니다. 마침 늑대 ‘가브’가 다리를 삔 채 목발을 하고 오두막에 들어왔고, 깜깜한 오두막에서 서로를 알아볼 수 없었던 가브와 메이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눕니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너무 닮아 있었던 둘은 마침내 친구가 되기로 하고 다음 날 점심 약속을 하고 헤어집니다.


   다음 날 오후 약속 장소에서 가브는 메이를 만나게 됩니다. 사태를 파악한 둘은 예정대로 점심을 먹지만 가브는 먹이, 아니 친구인 메이 앞에서 자꾸만 침을 흘립니다. 메이는 가브가 늑대이긴 하지만 그의 본래 모습인 ‘가브의 모습’을 친근하게 여기고, 또 가브 역시도 자신을 밀어주는 착한 메이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에 둘의 우정은 서로의 무리에게 들통나게 됩니다. 이후 둘은 스파이의 역할을 하게 되지만, 서로를 배신할  없었던 가브와 메이는  모두를 떠나서 ‘전설의 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곳은  둘이 행복하게 지낼  있는 곳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죠. 그곳으로 가던 중에 가브메이를 살리기 위해서 죽게 되면서 영화는 마치게 됩니다.


   오늘 철부지 어린아이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철부지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철이  사람 어른과는 달리 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는 철부지라고 부릅니다. ‘ 내가 입어야  옷을 알려줍니다. 옷은  직위를 나타내고,  직위는 내가 취해야  행동을 알려줍니다. 또한 행동은 나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있죠. 철을 든다는 것은 사리를 분별하여 안는 지혜를 뜻하지만, 철부지 어린이에게는 그런 것들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철들기 시작하면서 그 철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영하고 싶은데 겨울이라서 수영장에 가지 않습니다. 여름에 군고구마가 먹고 싶은데도 그 마음을 내려놓고 쉽게 포기하고는 먹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철을 알게 되는 것은 포기하는 법을 아는 것이라고 바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철이 들기 시작하며 철을 알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남의 눈치를 살피는 남의 인생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철에 갇혀서 나를 죽이고 있습니다.


   때를 알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안경에 떼를 입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에 가려서 그 사람을 잘 바라보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죠. 염소와 늑대라는 세상의 시각에 가려져서 메이와 가브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나의 나무를 계속해서 그루터기로 만들고 있습니다. 내가 뻗어 나가고자 하는 그 모든 줄기를 자르고 잘라서 그루터기로만 만들고 있습니다.


   ‘공정’은 저울에 달았을 때 평행을 이룬다는 뜻입니다. ‘정의’는 그것에 대한 값을 정확하게 치른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철이 들면서 그 무게가 아닌 부피에도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안에 감추어진 무게를 속이고, 겉으로 드러난 그것만을 신경을 쓰면서 나의 무게를 줄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나도 다른 사람들도 속이면서 말이죠.


     “철부지여도 괜찮습니다.”


내 안에 있는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생명, 4B연필, 종이



<기무라 유이치와 아베 히로시가 만든 스릴러 동화 시리즈인 「가브와 메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스기이 기사부로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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