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出家)와 ‘가출’(家出)
‘출가’(出家)와 ‘가출’(家出) 은 똑같은 한자를 앞뒤로 바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그 뜻은 참 다릅니다. 출가는 어떤 큰 뜻을 목적으로 하여 집을 떠나는 것이고, 가출은 다만 집을 나가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출가는 내적 자유를 위해 세속적인 인연과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집을 떠나는 것이기에 종교적 의미가 강합니다. 그러나 가출은 어떤 짐이나 문제를 벗어 버리려고 집을 나가는 것이기에 도피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출가는 단순히 살던 집을 떠나는 것이 아니며, 마음이 붙잡혀 있는 곳을 향하여 집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에서도 어느 순간 또 다른 집을 짓고 그곳에 안주하고 싶은 순간이 옵니다. 살던 집은 떠났지만 어딘가에 다시 집을 짓고 거기서 머무르려는 순간부터 출가는 진정한 의미를 잃게 됩니다.
출가는 단 한 번 ‘집’(家)을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집’(執)에서, 집착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그저 가출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집을 떠나 있어도 세상 것에 대한 온갖 번뇌와 집착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 또한 가출한 사람일 뿐입니다.
내 마음에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은 나를 계속해서 가라앉게 만드는 것입니다.
*미지의 세계, 수채화물감, 종이 250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