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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징구리 Aug 12. 2021

어른이라는 이름

”철부지”

   군대 안에서 어떤 사람이 가장 인정받는 사람이겠습니까? 여러 가지 대답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용기, 책임, 창의, 존중, 충성, 뭐 이런 5가지 가치관을 지닌 군인, 나라를 사랑하는 군인, 군대 안에서 가장 요구하는 모습들은 ‘충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명령을 잘 따르는 사람을 원합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들을 수행함에 있어서, 상급자의 지휘 의도에 따라서 그것들을 이루어나가는 모습이 군인에게 가장 필요한 모습일 것입니다. 자신의 한계 범위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군인으로서의 ‘충성’된 모습입니다.


   병원 안에서도 의사의 처방을 잘 따르는 사람이 ‘좋은 환자’의 모습일 것이고, 선생님의 숙제를 열심히 수행하는 아이가 ‘좋은 학생’ 일 것이며,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좋은 자녀’ 일 것입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 안에서 좋은 모습들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진급도, 건강도, 성적도, 화목함도 말이죠.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될 때, 주변의 사람들 역시도 좋은 사람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주변에서 알려주는 그 모습에 맞추려는 모습들을 통해서,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기 생각이 더 옳다고 생각하여서, 자기에게 다가오는 그 모든 목소리를 무시하게 됩니다. 나에게 ‘좋은’ 것을 선택하게 되면서, 더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서 나의 의견을 내세웁니다. 명령을 따르지 않는 나쁜 군인,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않는 나쁜 환자, 부모 없이 살아가는 후레자식 등이 됩니다. 설가 보이는 모습이 같다고 할지라도, 그린에 자기 생각이 더 크게 자리하게 된다면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힘들 것입니다. 계속해서 커지는 ‘자기 생각’들은 결국에는 같이 살아가는 사람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나쁘게 되는 이유에는 ‘자신만의 생각’이 그 안에 자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는 명령을 내리는 그 사람보다 더 뛰어납니다. 내 생각은 그 사람의 생각보다 더 깊고 넓으며, 내 지혜는 더 훌륭하고, 나에게 다가오는 문제들은 모두 내 힘으로 이겨나갈 수 있는 것들입니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살아갑니다. 나만의 생각을 관철하는 사람으로서 말이죠.

   그렇게 자신만의 생각이 자리하게 되면서 우리는 자신에게 ‘어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생각해야 할 것이 정말로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누구도 믿지 못하고 내 생각만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은 이제 ‘나쁘게’ 보입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세상에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나만의 좋고 나쁨에 따라서 나만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만의 집을 짓고, 나만의 밥을 먹고, 나만의 사람들을 만나는 어른이 되면서 말이죠.


   우리는 사리를 헤아릴 줄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 뭐 하면 좋을지 아는 ‘철’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철부지’ 어린이였을 때에는 재미와 행복, 철 모르고 다가갔던 모든 것들.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때를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판단하고 물리칩니다. 정말 좋은 것을 물리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나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철을 알기 시작하면서 피곤해졌습니다. 계속해서 생각하고 판단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철을 알기 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사라졌습니다. 계속해서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을 알기 시작하면서 외로워졌습니다. 사람이 아닌 이익을 먼저 바라보기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철을 알면서 정말로 나에게 소중한 것들을 우리는 물리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갈매기, 수채물감과 잉크펜, 종이 35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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