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오래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고 장기전으로 돌입했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한 러시아에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대러시아 제재를 통해 국제적으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발맞춰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 잇따라 철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동차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이 현재 러시아 시장에 차량을 판매하지 않거나, 공장 가동을 중단하겠다며 러시아에 손을 땠다. 이번 시간엔 러시아를 떠난 업체들이 어디인지, 그중에 국산 완성차 업체는 포함되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러시아에 팔 바엔
다른 시장에 더 팔겠습니다
가장 최근 러시아 시장에서 영업을 중단한 업체는 이탈리아의 슈퍼카 업체, 람보르기니다. 현지시간 기준 지난 21일, 람보르기니의 스테판 윙켈만 회장은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 시장에 수출하려던 물량을 다른 국가로 이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스테판 윙켈만 회장은 “올해 러시아 시장에 수출하려던 물량은 다른 국가로 손쉽게 이전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러시아에 배정된 물량을 다른 국가로 돌린다면, 공급 적체 현상을 해소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러시아에 안 팔아도
손실 쉽게 만회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 측의 해당 발표는 러시아 시장에서의 영업 중단으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쉽게 만회할 수 있다”라는 스테판 윙켈만 회장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람보르기니의 실적은 이러한 자신감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8,405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는 전년도 대비 13%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 역시 전년도 대비 19%가 증가한 19억 5,000만 유로, 한화로 약 2조 6,080억 원을 기록하면서 람보르기니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 강남 아빠들 마음 휩쓴 람보르기니 차량
“강남 아빠들 마음 휩쓸었다” 요즘 대기기간 2년이라는 람보르기니의 정체
다른 시장에 팔면서
공급 적체 현상 해소하겠다
러시아 시장 내에서 람보르기니 차량 판매 규모는 연간 200여 대 수준이다. 이에 스테판 윙켈만 회장은 해당 규모는 주요 시장들이 직면해있는 공급 적체 현상을 어느 정도 개선하기엔 충분한 규모라 판단한 것으로 추측된다.
스테판 윙켈만 회장은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향해 “우크라이나에게 닥친 안타까운 현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하며 “이 같은 인도적 위기 상황이 조속히 종식되기를 기원한다”라고 덧붙였다. 람보르기니처럼 러시아 시장에서 자사의 차량을 판매하지 않거나, 러시아 영토 내 위치한 자사의 생산 공장을 가동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완성차 업체들이 우후죽순을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람보르기니뿐만 아냐
여러 완성차 업체들 러시아 떠났다
우선 독일 다임러 트럭은 러시아 최대 장갑차 업체인 카마즈와의 협력을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다임러 측 관계자는 향후 트럭 생산을 포함해, 러시아엔 차량에 필요한 부품조차 공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임러를 시작으로 같은 그룹사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물론 페라리, BMW, 폭스바겐 그룹, 시트로엥, 토요타, 닛산, 마쓰다, 혼다, 볼보 등의 업체들도 러시아 시장에서의 영업 중단, 공장 가동 중단 조치를 취했다. 자동차 업계 외에도 현재 다양한 업계의 기업들이 현재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며 각자의 방법으로 러시아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중 국산 업체는 없었다
눈치 보는 현대차와 기아
전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동참하고 있는 러시아 제재. 그렇다면 국산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어떠한 러시아 제재를 펼치고 있을까? 국산 완성차 업체들은 아직 어떠한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은 상황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직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시장 점유율과 매출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러시아 시장에서 17만 1,811대의 판매량을, 기아는 20만 5,801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해당 기록은 러시아 현지 완성차 업체인 라다의 뒤를 이어 시장 내 판매량 2위, 3위에 달하는 기록이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국제 여론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겠지만,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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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체들, 더 나아가선 다양한 업계의 업체들이 말 그대로 러시아를 “손절” 하고 있는 상황. 과연 러시아는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현 상황에 러시아가 꺼낸 조치는 바로 외국인 투자자의 러시아 내 자산 회수 제한이다. 이도 모자라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해당 자산을 합법적으로 국유화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외국 기업에 대해 정부 차원의 법정관리 절차를 거쳐 이들 기업의 시설과 기술을 자국 기업과 자국민에게 이전할 것”이라 전했다. 물론 국제사회의 거센 저항을 받을 행동이지만, 기업들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국산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현재 행동을 조심스럽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 러시아를 떠나는 기업들의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