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W, 둥펑과 함께 중국 3대 자동차 제조사로 알려진 거대 기업 '상하이자동차'가 국내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자동차는 맥서스, MG, 로위, 우링, 바오준, IM 모터스 등 6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작년 한 해에만 546만 대를 판매했다. 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시장 등지에도 60만 대를 판매하는 등 수출도 활발하다.
과거 쌍용자동차의 주인이기도 했던 상하이자동차가 익숙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지난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에 연구 개발 및 시설 투자, 고용 보장 등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되레 쌍용차가 수십 년간 발전시킨 기술을 착취한 뒤 2010년 철수했다. 당시 중국에 해외 자동차회사 합작공장은 존재했어도 핵심기술이 없었던 만큼 상하이자동차로 인해 중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 속도가 앞당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간 2천 명 해고
기술 착취 후 철수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 인수 당시 1조 2천억 원을 쌍용차에 투자하겠다고 선포하고 차량 30만 대 생산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4년 동안 투자 약속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상하이자동차의 인수합병 후 출시한 로디우스, 카이런, 액티언 등은 괴이한 디자인으로 인해 판매 부진에 시달렸으며 연간 생산량은 기존의 15만 대에서 9만 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쌍용차의 첫 준중형 세단이 돼야 했을 'B100 프로젝트(S161)'는 상하이자동차 산하 브랜드 '로위'의 준중형 세단 '350' 모델의 개발 셔틀로 이용당했으며 결국 국내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서면으로 약속했던 고용 보장 역시 지켜지지 않아 2009년까지 2천여 명이 해고당했고 기술 착취 후 한국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쌍용차의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까지 유출해갔다.
과거 진출 시도했으나
코로나 사태에 막혀
이후 상하이자동차는 한동안 한국에 발을 들이지 않다가 지난 2020년, 과거 영국 자동차 제조사였다가 상하이자동차에 흡수된 브랜드 'MG'의 전기 SUV 'ZS EV' 전시차를 들여와 서울 강서구 1호 전시장에서 공개했었다. 하지만 당시 우한 코로나(COVID-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사업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었고 결국 국내 진출이 무산되었다. 현재는 국내 중견 기업 3~4곳과 접촉해 판권을 조율 중이며 고급 브랜드 '맥서스'를 필두로 론칭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상하이자동차가 BYD와 마찬가지로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차 위주로 진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출시 가능성이 큰 차종으로 현재 영국과 태국에 수출 중인 전기 픽업트럭 'T90 EV'가 손꼽힌다. 전장/전폭/전고가 5,365mm/1,900mm/1,809mm이며 최고출력 174마력, 최대토크 31.6kg.m를 발휘한다. 큰 차체에 88.5kWh 대용량 배터리를 얹었지만 3톤에 달하는 공차중량으로 인해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WLTP 기준 354km에 불과하다.
국내 생산 가능성도
한미 FTA 이용 목적
업계는 전기 MPV인 '유니크 5'의 출시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한 파생형 모델로 2019년 출시되어 스페인에서 판매 중이다. 전장/전폭/전고가 4,825mm/1,825mm/1,778mm로 카니발보다 작은 크기이며 52.5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후 WLTP 기준 260km를 주행할 수 있다.
상하이자동차, BYD를 포함한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 공장을 인수해 한국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은 한국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한미 FTA의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수출에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상용차 시장이 아닌 승용차 시장에서 중국산 자동차가, 그중에서도 한국과 악연이 있는 상하이 자동차가 선전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