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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코모 Oct 23. 2020

사고만 났다 하면 경찰보다 렉카가 먼저 도착하던 이유

출처_수원시청

최근 인터넷상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들을 전달하는 이슈 유튜버들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화제가 되는 내용을 빠르게 전달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내용을 과장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짓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선 이익을 위해 불법을 저지르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일삼는 이들을 통칭하여 “사이버 렉카”라 부르고 있다.


“사이버 렉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구난형 특수 자동차를 지칭하는 렉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사고 현장에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 과속이나 교통 법규 위반을 서슴지 않고 일삼으며 다른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경찰이나 구급차보다 먼저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렉카들, 과연 이들이 이렇게 빨리 사고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고 소식을 빠르게 전달받는 사설 렉카차의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자.

렉카는 사고 시, 파손 차량을 견인할 수 있도록 특수한 목적을 띄고 만들어진 구난형 특수 자동차를 지칭하는 말이다. 보통 렉카 하면 도로 위에서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매섭게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하지만 모든 렉카가 이렇게 교통 법규를 무시하며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렉카는 사설 렉카, 정비소 소속 렉카, 보험사 소속 렉카로 구분된다. 정비소나 보험사 소속의 렉카는 사고 당사자가 직접 해당 사에 견인을 요청할 시에만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며, 신속하게 출동해야 하지만 목숨을 걸 정도로 빨리 달릴 이유는 없기 때문에 대체로 교통 법규를 지키며 운행하는 편이다.

출처_보배드림

하지만 사설 렉카의 경우 얘기가 조금 다르다. 교통 법규를 어기며 난폭하게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렉카는 거의 백이면 백 사설 렉카이며, 전체 구난 차량 중 비중도 가장 높다. 보통 업계에선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렉카가 사고 차량을 견인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렉카보다 먼저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난폭운전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사설 렉카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먼저 사고 소식을 접하는 것이다. 발 빠르게 사고 정보를 파악하는 렉카는 사고 당사자가 신고를 채 마치기도 전에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신통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렉카가 사고 현장을 찾아다니며 신출귀몰함을 보여줄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출처_연합뉴스

방법 1.

과거에는 실제로

경찰 무전을 도청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 경찰 무전을 통해 사설 렉카차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범인의 도주로를 막는 장면을 접할 수 있다.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과거엔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했었다고 한다. 사설 렉카들이 도로 위 사고 정보를 빠르게 접하기 위해 견인 차에 광대역 수신기를 싣고 불법으로 경찰 무전을 수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대 전후로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의 경찰 무전망이 암호화된 TRS 망으로 바뀌면서 무선 도청을 통해 사고 정보를 파악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 일반 무선망을 사용하는 지방의 경우에는 무선을 가로채는 것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보니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방법 2.

대부분 사설 업체는

자체 정보망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고 신고가 접수되기도 전에 먼저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경우엔 어떻게 정보를 입수한 것일까? 렉카 운전사가 직접 사고를 목격하거나 인지하고 출동하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이런 경우 대부분 정보를 입수한 업체에서 업체 자체의 사설망을 통해 사고 정보를 전달받은 경우이다.


사설 렉카 업체의 자체 연락망을 통해 입수된 사고 정보를 소속 렉카 운전사들에게 전달하여 사고 현장과 가까운 렉카차가 빠르게 사고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경우 사고 현장 근처에 있는 사설 렉카끼리 경쟁이 붙어 난폭 운전을 하며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게 된다.

방법 3.

렉카 운전기사가

개인 정보망을 구축하기도 한다

렉카 기사가 개인 정보망을 구축하는 경우도 있다.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도로 근처에 위치한 도로변 상점이나 도로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택시나 버스, 화물차 운전수에게 개인 번호를 뿌려 사고 제보를 받는 것이다.


이후 번호를 받은 사람들이 사고를 목격하면 렉카 기사에게 사고 정보를 전달하고, 이렇게 얻은 정보로 견인에 성공했을 시 제보자에게 소정의 사례금을 주는 방식으로 상생이 이뤄진다. 경력이 오래된 렉카 기사 중엔 웬만한 사설 업체 정보망보다 큰 개인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밖에 사설 정보망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거나, 좀처럼 사고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경우 사고 다발 구역 옆의 갓길에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 고속도로 출구, 교차로, 사고가 발생하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출처_MBC

도로 위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신속하게 구난활동을 펼쳐 도로 흐름을 정리한다는 점에선 렉카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사설 렉카의 수에 비해 발생하는 사고의 수가 한정적이다 보니 현장에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 과속, 난폭운전을 서슴지 않고 행하는 렉카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문제이다. 


이러한 렉카들의 난폭 운전은 다른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며 도로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사고 현장에 긴급하게 출동하던 31살의 렉카 운전수가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던 중 도로 중앙의 기둥을 들이받고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출처_MBC                            

사고 다발구역 근처 갓길에 주차하고 대기하는 렉카의 경우,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문제도 발생시킬 수 있다. 일부 사설 렉카의 경우 교차로 중앙의 빗금 구역에 차를 떡 하니 주차시켜놓거나 버스 배차 간격이 긴 버스 정류장을 막아 서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견인 이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거나, 사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구난을 진행하는 일부 몰염치한 렉카들의 행동도 문제가 된다. 심지어 몇몇 렉카의 경우 사고 차량에서 고가의 부품을 빼돌리거나 사고로 경황없는 틈을 타서 차에 구멍을 뚫고 기름을 빼돌리는 일도 있었다.

출처_연합뉴스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발 벗고 나섰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구난 활동을 진행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했다. 강제로 견인을 진행한 후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렉카들이 많아지자 정부에서 직접 개선에 나선 것이다. 2020년 7월 1일부터 견인 진행 시 총 요금을 포함한 구난 동의서를 사고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받아야 하며, 이를 어길 시 견인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덧붙여, 렉카차는 긴급 차량이 아닌 단순 영업용 차량이므로 사이렌을 울리고 달려오더라도 운전자들에게 도로를 양보해 줄 의무가 없다. 오히려 도로를 비켜줌으로 인해 다른 2차 사고가 발생될 수 있으므로 난폭운전을 하는 렉카에 한해 무리해서 도로를 양보하는 일은 자제하도록 하자.

출처_안동인터넷뉴스

아찔한 렉카 난폭운전,

본인의 안전도 위협하는 행위이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사이버 렉카, 이슈 유튜버들은 이익을 위해 이슈를 과장하다 명예훼손을 당하기도 한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자신에게 그대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난폭운전을 하는 일부 렉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로의 안전을 위협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난폭 운전은 렉카를 운전하는 본인도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이다. 때문에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교통 법규를 준수하는 안전한 구난 활동이 필요하다. 렉카들의 난폭 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설 구난형 특수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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