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즐기는 자동차 마니아 상당수에게 자동변속기보다는 수동변속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번엔 효율과 내구성 문제를 넘어 자동변속기가 진가를 발휘하는 또 다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크리스토퍼 리즈 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50명 중 1명은 크고 작은 마비 증상을 앓고 있다. 이는 단순 계산으로도 한국 인구의 두 배를 훌쩍 넘기는 수치로, 발상을 달리해보면 그들 중 자동차 마니아들도 적잖게 있을 것이다.
최근 유튜브에는 하반신 마비가 있음에도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수준급 운전 실력을 보여준 BMW M2 오너가 화제다. 인스타그램 닉네임 '악셀(Axel)'로 알려진 그는 뉘르부르크링 트랙데이 주행에서 모터스포츠 유튜버 '미사 하루딘(Misha Charoudin)'을 추월했다. 뉘르부르크링 택시 드라이버이기도 한 미사는 자신을 추월한 운전자가 누군지 궁금해 주행을 마치자마자 악셀을 찾아갔고 놀라운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하반신 마비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악셀은 어떻게 운전을 할 수 있었을까?
특수 레버로 가감속 제어
수동 변속까지 동시에
악셀의 차량에는 몇 가지 튜닝이 되어 있다. 성능 향상이 아닌 그가 두 손만으로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핸드 컨트롤러를 설치한 것이다. 스티어링 왼쪽 뒤에는 밀어서 작동하는 스로틀 레버가 위치하는데 왼손으로 스티어링 휠을 90도 이상 돌리는 상황을 대비해 오른쪽에도 스로틀 레버가 추가로 설치되어 있다.
브레이크는 칼럼식 변속 레버처럼 생긴 뭉툭한 레버를 밀어 조작한다. 두 손으로 스티어링 조작뿐만 아니라 가감속 제어까지 해야 하는 만큼 변속 모드는 자동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악셀은 패들 시프터를 사용해 변속까지 해낸다고 설명했다. 악셀의 트랙 주행을 가까이서 체험해보고 싶었던 미사는 동승 주행을 요청했고 둘은 뉘르부르크링으로 나서게 됐다.
모든 차를 추월했다
네티즌 감탄 금치 못해
그는 뉘르부르크링에 들어서자마자 신들린 듯한 운전 실력을 뽐냈다. 대시캠만 본다면 비장애인 프로 레이서가 운전했다고 해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가감속을 확인할 수 있으며 양손으로 스로틀과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와중에도 변속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악셀의 차량보다 먼저 진입한 선행 차량을 모두 추월한 것은 물론이며 M2보다 동력성능이 좋은 M3 E92 등을 추월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네티즌들은 "트래픽이 없었더라면 역대급 랩타임을 기록했을 것 같다", "자동변속기는 이런 분들한테 필요하죠", "올해 본 뉘르부르크링 주행 영상 중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