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 끝나기까지 2주도 남지 않았다. 연말마다 그래왔듯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새삼 느끼며 올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2022년은 지긋지긋했던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사실상 종식되는, 일명 '엔데믹' 시대로 들어서며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희망과 함께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의 상황은 우리의 예상보다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 코로나로 인해 굳어버리다시피 한 공급망은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복구가 턱없이 느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이에 따른 원자재 부족 사태는 모든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작년 못지않게 다사다난했던 2022년에 대한 작별 인사의 의미로 올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핫이슈를 간단히 돌아보았다.
샤오미의 전기차 도전
폭스바겐 ID.5 출시 연기
우리에게 샤오미는 가성비 전자제품 제조사로 유명하다. 하지만 샤오미는 지난해 3월 전기차 사업 도전을 선언했으며 경쟁 상대로 애플카를 지목하는 등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상하이 HVST 오토모빌 디자인의 주도로 샤오미 첫 전기차가 제작될 예정이며 화려한 디자인을 갖출 것으로 예상했다. 샤오미는 첫 전기차 프로젝트에 15억 달러, 이후 10년 동안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통 큰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분야를 막론하고 전 세계에 상당한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의 전기 신차 ID.5 출시가 미뤄지기도 했다. 해당 모델의 와이어링 하네스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ID.5의 출시를 연기했을 뿐만 아니라 생산 라인 전체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의 차질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1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람보르기니 의외의 대박
현대차그룹의 국제 망신
2020년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의 공급망 혼란에 따라 완성차 업계 대부분이 출고 적체를 겪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람보르기니는 역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차량을 생산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람보르기니는 부품 공급업체와 파트너십에 가까운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답했다. 또한 미래에도 규칙적인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재고 관리 부문 전반을 재정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6월 경유차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한 혐의로 룩셈부르크, 독일에 위치한 현대차, 기아의 사무실 8곳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검찰로부터 압수 수색을 당한 것이다. 독일 검찰은 현대차와 기아가 차량 부품 제조사 보쉬, 델파이에서 공급받은 소프트웨어로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했다고 박혔다. 이미 배출가스 불법 조작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현대기아 디젤 차량만 무려 21만 대 이상이 도로를 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쉐보레 블레이저 EV 공개
전고체 배터리 올인한 닛산
지난 6월 제너럴 모터스(GM)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 플랫폼' 기반의 신차 쉐보레 '블레이저 EV'를 공개했다. 후륜구동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4.9kg.m에 달하는 전기모터와 100kWh 용량의 배터리팩이 탑재된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EPA 기준 502km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 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편 닛산은 궁극의 전기차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한창이다. 닛산에 따르면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현행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2배 이상 높으며 충전 시간도 더욱 빠르다. 닛산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2028년까지 완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며 배터리 가격을 kWh 당 75달러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 차량 절도 폭증
페라리 첫 SUV 인기 폭발
지난여름에는 미국 전 지역에서 현대기아차의 도난 사례가 폭증해 화제가 됐다. 최소한의 보안 장치도 갖춰지지 않은 현대, 기아 일부 차량을 훔치는 방법이 틱톡,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확산되었고 해당 수법을 시연하거나 실제로 차량을 훔쳐 운전하는 영상까지 올라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경찰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대비 도난 사건이 현대차가 약 6배, 기아는 무려 13배나 증가했다.
"우린 SUV 따위는 절대 안 만듭니다"라던 페라리는 75년 역사상 처음으로 4도어, 4인승 SUV '푸로산게'를 출시해 주목받았다. 포르쉐가 카이엔으로 대박을 터트렸고 람보르기니도 고집을 꺾고 내놓은 우루스 역시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했으니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푸로산게는 라이벌들과 달리 6.5L V12 자연흡기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725마력, 최대토크 73kg.m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공차중량이 2톤에 달하지만 0-100km/h 가속 3.3초, 최고속도 310km/h의 슈퍼카급 가속력을 자랑한다.
다가오는 2023년
기대되는 신차 한가득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2022년이 아쉬운 한편 다가올 2023년에 대한 기대도 크다. 연초에 현대 코나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되며 싼타페 풀체인지, 쏘나타 페이스리프트 및 아반떼 페이스리프트의 출시도 예정되어 있다.
기아는 대형 전기 SUV 'EV9', 카니발 및 쏘렌토 페이스리프트, 제네시스는 GV80 쿠페와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G90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쉐보레는 신형 트랙스와 3세대 콜로라도를, 쌍용차는 토레스 전기차를 내년 출시할 예정이다. 2023년은 올해보다 나은 해가 되길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