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모든 주행을 전담하는 자율주행 기술. 예전에만 해도 꿈같은 이야기였지만 점점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자동차들의 주행 보조 시스템은 차간 거리, 주행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차로 중앙을 어느 정도 유지하며 운전 피로를 크게 줄여주는 수준까지 왔다.
미국 자동차 공학회의 기준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0부터 5까지 총 6단계로 정의되며 현행 신차에 적용되는 주행 보조 시스템은 레벨 2에 해당한다. 조만간 레벨 3 자율주행이 도입될 예정이지만 최근 관련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포기하는 기업이 한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투입되는 연구 비용 대비 수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율주행 기술을 꾸준히 연마하는 업체들도 있어 이들의 근황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물체 움직임으로 의도 파악
아직 기술 발전 가능성 커
프랑스의 자동차 부품 업체 발레오는 지난 4일(현지 시각) CES(국제 전자제품박람회)를 통해 '팬터마임' 기술을 선보였다. 팬터마임은 기존의 자율주행 기술보다 한 단계 진화한 시스템으로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해 종류를 판별하고 행동의 의도까지 파악한다. 발레오는 "이러한 기술 진화 덕분에 고속도로에서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는 3단계 자율주행이 올해 상용화될 것"이라며 "차가 스스로 주차하는 발레파킹 기능도 제공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글로벌 자율주행 분야에서 신생 기업들이 한둘씩 기술 개발을 포기하며 완전 자율주행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등 비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CES 2023에 참여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기술을 끝까지 놓지 않을 기세를 보였다. 차량 스스로 좁은 골목길이나 오프로드까지 주행하는 완전 자율주행은 어려울지라도 일정 수준의 자율주행은 여전히 발전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레벨 3은 상용화 코앞
국산차에도 적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고속도로 자율주행이나 자동 주차 등의 3단계 자율주행은 올해 양산차 적용이 본격화되며 제한된 조건에서의 4단계 자율주행은 2025년을 기점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에는 '드라이브 파일럿', 혼다 레전드에는 '혼다 센싱 엘리트' 등의 3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됐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중으로 제네시스 G90에 레벨 3 자율주행 기능을 국산차 최초로 탑재할 계획이다.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ZF는 CES 미디어 간담회에서 "전용 도로에서만 운행하는 자율주행차와 일반 도로에서도 운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차를 별도로 구분해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전용 도로를 따라 주행하는 자율주행차는 적용되는 센서 종류가 줄어들며 기능 구현이 쉬워지기에 인프라만 잘 구축하면 머지않아 실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ZF의 시스템을 탑재한 무인 자율주행 셔틀을 운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 와이어' 기술도 주목
레벨 4까지는 충분히 가능
타이어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독일 기업 콘티넨탈은 차량 제어 기능을 물리적 연결 없이 전자식으로 제어하는 '바이 와이어(by-wire)'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콘티넨탈 관계자는 "현재 가속 페달, 변속 셀렉터 등에 적용되는 바이 와이어 기술을 조향, 제동 계통까지 확대해 3~4단계 자율주행 구현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어디서든 주행할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이나 로보 택시가 가까운 미래에 등장하기는 어렵겠지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자율주행은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며 "처음에는 제한된 구역에서 4단계 자율주행을 허용했다가 그 범위를 점점 확대해나가는 방향으로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