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형 경차는 기아 레이가 등장한 시기부터 한국에서도 익숙한 존재다. 소형차 못지않은 실내 공간, 무궁무진한 활용성은 전장, 전폭, 전고가 법적으로 한정된 경차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박스형 경차의 본고장 일본은 레이 하나뿐인 우리나라와 달리 수많은 선택권이 존재하며 경쟁이 치열한 만큼 차체 크기 대비 공간 활용성도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
지난 13일부터 16일 일본에서는 2023 도쿄 오토살롱이 개최되어 다양한 신차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 중 미쓰비시의 박스형 경차 '델리카 미니'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미 일본 영업 일선에서는 사전 주문을 받을 정도로 인기라고 하는데 어떤 모델인지 자세히 살펴보자.
미쓰비시 델리카 미니
출퇴근부터 차박까지
미쓰비시 델리카 미니는 박스형 경차 중에서도 독특하게 SUV 스타일을 지향한다. 휠하우스를 검게 덮은 클래딩과 SUV 느낌의 앞 범퍼, 사이드 스커트 등이 특징이며 타이어 직경은 일반형보다 커졌다. 동시에 경차 치고 우수한 주행 성능과 안전 장비, 쾌적한 실내 공간을 갖춰 일상 운행부터 아웃도어 활동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델리카'라는 모델명은 1968 출시된 트럭에서부터 쓰였으며 이듬해인 1969년에는 밴에도 쓰이는 등 역사가 길다. 이후 승합차인 델리카 코치까지 라인업이 확대되며 미쓰비시의 대표 라인업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델리카 미니는 지난 2020년 선보인 전기 경차 eK 크로스 스페이스 기반이지만 외형은 크게 달라졌다. 반달형 LED DRL은 귀여우면서도 견고한 이미지를 연출하며 앞 범퍼와 테일게이트에는 델리카 로고가 양각으로 들어갔다. 알루미늄 휠은 다크 실버 색상으로 마감되어 터프한 매력을 더한다.
다소 아쉬운 최고출력 52마력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살렸다
델리카 미니에는 신형 660cc 직렬 3기통 엔진(BR06)이 탑재된다. 최고출력이 52마력에 불과한 자연흡기 엔진이지만 롱 스트로크 타입으로 설계되어 토크가 기존 대비 최대 15% 개선됐다. 여기에 맞물리는 CVT는 자동변속기처럼 가상 기어비를 나눠 작동하며 효과적으로 배치된 차음재와 흡음재가 엔진음을 줄여 우수한 정숙성을 확보한다.
경차 중에서는 드물게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기존 대비 모터 크기가 줄었음에도 회생제동 용량은 2배로 대폭 늘었다. 주행 중 모터가 동력을 보탤 수 있는 주행 거리가 10배 이상 길어졌으며 스톱 앤 고 시간은 10% 증가했다.
주행 안전성 걱정 없어
가격은 2천만 원 내외
높은 차고에 대응할 수 있는 자세 제어 장치도 개선됐다. 델리카 미니에는 구동륜에 슬립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개별 제어해 주행 안정성을 확보하는 그립 컨트롤이 기본 적용된다. 쇼크업소버 사이즈가 커지고 댐퍼 밸브도 개선되어 노면 충격, 진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미쓰비시는 1세대 델리카를 출시한 지 55주년이 되는 올해 5월 신형 델리카 미니를 출시할 계획이다. 정확한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본 완성차 업계는 200만 엔~220만 엔(약 1,926만 원~2,118만 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