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개편된 자동차세 연납 할인 혜택을 두고 운전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1년 치 자동차세를 1월에 몰아서 납부하면 10%에 달하는 연납 할인 혜택이 따라왔지만 올해부터는 할인 폭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올해 7%로 떨어진 연납 할인율은 내년 5%, 2025년에는 3%로 줄어들 예정이다. 사실상 혜택을 없애는 거나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실정에 맞지 않는 자동차세 부과 기준 역시 개편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아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승용차 자동차세는 배기량에 비례해서 매겨지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배기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업계 트렌드가 됐음에도 신차 가격과 관계없이 배기량이 큰 차에 더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다. 더구나 배기량이라는 개념이 없는 전기차의 경우 그 격차가 더 커지는데,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직접 확인해보았다.
2천만 원짜리 기아 셀토스
8천만 원짜리 벤츠보다 비싸
우선 내연기관 자동차끼리 두고 봐도 현재의 자동차세는 상당히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아 셀토스 2.0 가솔린 트렌디와 메르세데스-AMG CLA45 S 4매틱+를 예로 살펴보자. 셀토스 2.0 가솔린 트렌디의 신차 가격은 2,100만 원이며 AMG CLA45 S 4매틱+는 8,770만 원으로 가격 차이만 네 배 이상이다.
하지만 30% 지방교육세를 포함한 연간 자동차세는 셀토스 51만 9,740원, CLA45 51만 7,660원으로 셀토스가 더 비싸다. 셀토스 2.0 가솔린의 배기량은 1,999cc, CLA45의 배기량은 1,991cc로 셀토스가 8cc 더 높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를 비교할 경우 그 격차는 극한까지 벌어진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비교해보니
가격 200배 비싼 수입차가 더 저렴
이번에는 2003년식 현대 아반떼 XD 1.5 DOHC 중고차와 메르세데스-AMG EQS53 4매틱+를 비교해보자. 아반떼 XD의 경우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100만 원대 중후반의 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개인 거래로 구매할 경우 60~90만 원에도 살 수 있다. 반면 EQS53 4매틱+는 최근 출시되어 중고 매물이 없으며 신차 가격 2억 1,300만 원에 판매 중이다.
이미 가격에서 200배 이상의 격차가 벌어지는 셈이지만 자동차세를 살펴보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반떼 XD는 1,495cc 엔진이 탑재됐으며 차량 12년 이상으로 자동차세 최대 할인 폭이 적용돼 연간 13만 6,045원이 부과된다. 반면 EQS53 4매틱+는 13만 원만 내면 그만이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세법상 '그 밖의 승용 자동차'로 구분돼 연간 자동차세가 10만 원으로 통일되며 여기에 지방교육세 30%를 더하면 13만 원이 되기 때문이다.
전기차끼리도 형평성 논란
자동차세 개편이 시급하다
따라서 전기차끼리도 자동차세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세액이 일괄 통일된 데다가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연식에 따른 할인 혜택도 없다. 중고 시세 200~300만 원대의 르노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2017~2018년형 모델과 최근 출시된 2억 4,320만 원짜리 BMW 대형 전기 세단 i7 xDrive60 M 스포츠 인디비주얼 투톤 사양의 자동차세가 동일하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비합리적인 세금 체계를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탄소 배출량과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삼자는 의견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량과 고가의 차량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 친환경과 부의 분배 문제를 모두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