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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코모 Feb 16. 2023

백만 원짜리 아반떼 세금이 2억짜리 벤츠보다 비싼 이유

메르세데스-벤츠 EQS

올해 초 개편된 자동차세 연납 할인 혜택을 두고 운전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1년 치 자동차세를 1월에 몰아서 납부하면 10%에 달하는 연납 할인 혜택이 따라왔지만 올해부터는 할인 폭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올해 7%로 떨어진 연납 할인율은 내년 5%, 2025년에는 3%로 줄어들 예정이다. 사실상 혜택을 없애는 거나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실정에 맞지 않는 자동차세 부과 기준 역시 개편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아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승용차 자동차세는 배기량에 비례해서 매겨지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배기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업계 트렌드가 됐음에도 신차 가격과 관계없이 배기량이 큰 차에 더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다. 더구나 배기량이라는 개념이 없는 전기차의 경우 그 격차가 더 커지는데,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직접 확인해보았다.


2천만 원짜리 기아 셀토스

8천만 원짜리 벤츠보다 비싸

기아 셀토스 트렌디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서울IILAST"님
메르세데스_AMG CLA45 S 4매틱+ /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Ivan Sensei"

우선 내연기관 자동차끼리 두고 봐도 현재의 자동차세는 상당히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아 셀토스 2.0 가솔린 트렌디와 메르세데스-AMG CLA45 S 4매틱+를 예로 살펴보자. 셀토스 2.0 가솔린 트렌디의 신차 가격은 2,100만 원이며 AMG CLA45 S 4매틱+는 8,770만 원으로 가격 차이만 네 배 이상이다.


하지만 30% 지방교육세를 포함한 연간 자동차세는 셀토스 51만 9,740원, CLA45 51만 7,660원으로 셀토스가 더 비싸다. 셀토스 2.0 가솔린의 배기량은 1,999cc, CLA45의 배기량은 1,991cc로 셀토스가 8cc 더 높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를 비교할 경우 그 격차는 극한까지 벌어진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비교해보니

가격 200배 비싼 수입차가 더 저렴

현대 아반떼 XD / 사진 출처 = "클리앙"
메르세데스-AMG EQS53 4매틱+ / 사진 출처 = "India.com"

이번에는 2003년식 현대 아반떼 XD 1.5 DOHC 중고차와 메르세데스-AMG EQS53 4매틱+를 비교해보자. 아반떼 XD의 경우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100만 원대 중후반의 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개인 거래로 구매할 경우 60~90만 원에도 살 수 있다. 반면 EQS53 4매틱+는 최근 출시되어 중고 매물이 없으며 신차 가격 2억 1,300만 원에 판매 중이다.


이미 가격에서 200배 이상의 격차가 벌어지는 셈이지만 자동차세를 살펴보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반떼 XD는 1,495cc 엔진이 탑재됐으며 차량 12년 이상으로 자동차세 최대 할인 폭이 적용돼 연간 13만 6,045원이 부과된다. 반면 EQS53 4매틱+는 13만 원만 내면 그만이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세법상 '그 밖의 승용 자동차'로 구분돼 연간 자동차세가 10만 원으로 통일되며 여기에 지방교육세 30%를 더하면 13만 원이 되기 때문이다.


전기차끼리도 형평성 논란

자동차세 개편이 시급하다

르노 트위지 / 사진 출처 = "Wikipedia"
BMW i7 xDrive60 / 사진 출처 = "iChauffeur"

따라서 전기차끼리도 자동차세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세액이 일괄 통일된 데다가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연식에 따른 할인 혜택도 없다. 중고 시세 200~300만 원대의 르노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2017~2018년형 모델과 최근 출시된 2억 4,320만 원짜리 BMW 대형 전기 세단 i7 xDrive60 M 스포츠 인디비주얼 투톤 사양의 자동차세가 동일하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비합리적인 세금 체계를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탄소 배출량과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삼자는 의견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량과 고가의 차량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 친환경과 부의 분배 문제를 모두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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