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매년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자동차가 있다. 바로 현대 포터다. 지난 1977년 등장해 46년째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국내 대표 1톤 상용차 포터는 작년만 해도 9만 2,411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6만 8,902대가 판매된 기아 쏘렌토, 6만 7,072대가 팔린 봉고 3를 크게 앞서는 실적이다.
포터는 합리적인 가격과 든든한 내구성, 크기 대비 널찍한 적재 공간 등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존재하는데, 바로 안전성이다. 원 박스 형태의 구조적 특성상 아무리 보강을 거쳐도 충돌 사고로부터 안전할 수가 없으며 실제 충돌 테스트 결과 사망 위험성이 높게 나와 예전부터 그 심각성이 제기되어왔다. 그런데 마침내 그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포터 후속 모델을 캡 포워드 타입으로 내놓을 전망이다.
PBV에 최적화된 구성
LPG, 전기차만 나온다
작년부터 정체불명의 테스트카가 한둘씩 포착되기 시작했다. 앞모습은 영락없는 스타리아지만 운전석 뒤부터는 1톤 트럭의 프레임이 붙어있는 모습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차량이 포터의 후속 모델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최근 국산차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포터 후속 모델에 스타리아의 1열 좌석을 포함한 차체 앞부분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 경우 트럭의 캡과 섀시 구조를 용도에 따라 각각 특장 개조가 가능해져 활용도가 높아진다. 현대차는 스타리아를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t Built Vehicle)'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삼겠다는 전략인 만큼 다양한 차체 구성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신형은 포터의 첫 등장부터 현재까지 주력 파워트레인이었던 디젤이 없어지고 LPG 엔진과 순수 전기 두 가지만 마련된다.
드디어 해결되는 안전성 문제
국제법 따르기로 한 국토부
현대차가 포터 후속 모델의 앞머리를 스타리아에서 가져온 이유는 무엇일까? 상기했던 안전성 문제가 가장 크다. 막상 포터를 이용하는 주 수요층은 차체 크기 대비 넓은 적재 공간을 선호하는 만큼 캡 포워드 디자인이 달갑지 않겠지만 국토교통부가 안전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국제 기준을 반영해 올해부터 출시되는 총중량 3.5톤 이하 소형 화물차의 신차 안전도 테스트 기준에 인체 상해, 문 열림, 조향 장치 변위량, 연료 누유 여부 등을 추가할 방침이다. 현행 포터와 기아 봉고 등 원 박스 소형 화물차들은 운전석 앞으로 충격을 흡수해줄 크러시 존이 사실상 없는 만큼 이러한 규정들을 충족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타리아와 같은 캡 포워드라면 새로운 기준에 맞추기 훨씬 수월해진다.
적재함은 폐쇄형이 기본
2024년 1분기 출시 유력
아울러 적재함 형태도 국제 기준에 따른다. 그간 판매되어 온 소형 화물차들은 적재함이 뚫려 있는 형태가 기본이었지만 후속 모델은 밴과 마찬가지로 모든 부분이 패널로 막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과적, 화물 돌출과 같은 적재 불량과 화물 이탈 등으로 발생하는 사고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2000년 이와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스타렉스를 기반으로 만든 소형 트럭 리베로가 출시되었으나 포터보다 긴 회전반경과 다소 아쉬운 적재 능력으로 인해 흥행에 실패했다. 내년 1분기 중으로 공개될 포터 후속은 바뀐 법령에 의해 강제적으로 리베로와 같은 형태를 띠게 되는 만큼 모든 수요층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밖에 없다. 그나마 그들에게 다행인 점은 기존 포터가 즉시 단종되지 않고 2027년까지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