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자동차 브랜드 로터스는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퓨어 드라이빙 머신으로 유명하다. 창립자 콜린 채프먼은 “출력을 올리면 직선 구간에서 빠르지만 무게를 줄이면 모든 구간에서 빠르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으며 실제로 로터스는 그동안 초경량 퓨어 슈퍼카 콘셉트를 지향해왔다. 불필요한 편의 사양은 과감하게 배제하고 주행에 필수적인 요소로만 구성된 엑시지, 엘리스 등의 스포츠카들은 퓨어 드라이빙 머신의 교과서와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로터스는 2017년 볼보의 모회사인 중국 지리자동차에 흡수되었고 현재는 경량화에 대한 집착을 어느 정도 내려놓았다. 2020년 첫 전기차이자 하이퍼카인 '에바이야(Evija)'를 선보였으며 작년에는 공차중량 2.7톤에 달하는 준대형 전기 SUV '엘레트라(Eletre)'를 출시해 골수팬들을 실망시켰다. 최근에는 브랜드 최초의 전기 세단 '타입 133(프로젝트명)'이 공도 테스트를 진행하는 장면이 포착되었는데, 어떤 사양을 갖췄으며 출시일은 언제인지 가볍게 살펴보았다.
엘레트라 기술 상당수 적용
레벨 4 자율주행 지원할 듯
외신 모터원(Motor 1)은 지난 27일(현지 시각) 로터스 타입 133의 동계 테스트 주행 스파이샷을 공개했다. 전면부는 앞서 출시된 전기 SUV 엘레트라를 연상시키며 실제로 엘레트라에 탑재된 기술 상당수가 타입 133에도 적용될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테면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냉각이 필요할 때만 개방돼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액티브 그릴 말이다.
아울러 지붕의 팝업식 라이다(LiDAR) 센서를 포함해 주행 보조 시스템 작동에 필요한 하드웨어가 장착된 모습도 확인된다. 따라서 엘레트라와 마찬가지로 타입 133에도 레벨 4 수준의 자율 주행 시스템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양산형 모델의 트렁크 리드에는 액티브 스포일러가 탑재되며 테일램프 역시 최신 트렌드를 따라 수평형으로 변경될 전망이다.
저중심에 최적화된 배터리 배치
타이칸 능가하는 주행 성능 기대
업계에 따르면 타입 133의 실내에는 엘레트라와 마찬가지로 육각형에 가까운 스티어링 휠과 15.1인치 사이즈의 OLED 센터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로터스 자체 소프트웨어인 '하이퍼(Hyper) OS'가 탑재되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5G 통신 및 무선 스마트폰 미러링 등을 제공할 것이다. 낮은 무게 중심을 위해 바닥에 배터리를 까는 대신 센터 터널 공간을 활용하는 만큼 시트 레이아웃은 4인승만 제공된다.
로터스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lectric Primium Atchitecture'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타입 133은 포르쉐 타이칸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엘레트라에 먼저 탑재된 바 있는 최고출력 592마력의 전기 모터는 타이칸 GTS와 비슷한 수준이며 고성능 모델에는 엘레트라 R에 적용된 최고출력 893마력짜리 전기 모터가 적용될 수 있다.
주행 가능 거리 600km 이상
출시 시기는 올 하반기 유력
엘레트라의 경우 배터리 팩 용량이 112kWh에 달해 1회 충전 시 최대 600km를 주행할 수 있다. 타입 133은 엘레트라보다 가벼우며 공기역학적으로도 유리해 배터리 팩 용량이 동일할 경우 더욱 긴 주행 가능 거리를 기대할 수 있겠다. 업계에 따르면 타입 133은 350kW 급속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20분이면 충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로터스는 중국 회사로 전락했으나 기존의 브랜드 철학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 엘레트라는 공차 중량이 2.7톤에 달하지만 그나마 차체 곳곳에 카본 파이버 등 경량 소재를 아낌없이 투입해 얻은 결과다. 타입 133은 정교한 핸들링을 우선으로 개발된 만큼 엘레트라와 마찬가지로 액티브 안티 롤 바, 4륜 스티어링 시스템 및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로터스 타입 133의 출시일은 올 하반기가 유력하며 포르쉐 타이칸과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