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이 막연히 머나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겠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자율주행 택시, 자율주행 셔틀 등이 일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GM(제너럴모터스)의 자회사 '크루즈'가 운영하는 '로보 택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직 자율주행 기술이 완벽하게 농익지 않은 만큼 종종 오작동을 일으켜 이슈가 되기도 한다. 자율주행 택시 이용객뿐만 아니라 주변을 지나던 보행자가 위험에 휩싸인 사례가 전해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길 거의 다 건넜는데...
간발의 차로 사고 면해
지난 5월 1일 소셜미디어 '틱톡(TikTok)'에는 자율주행 택시가 보행자를 칠 듯이 쫓아가는 아찔한 상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영상은 크루즈 사의 로보 택시가 사거리 앞에서 일시 정지했다가 출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앞서 도로에 진입한 보행자 한 명이 길을 건넜고 이후 보행자 세 명이 추가로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이때 로보 택시는 갑자기 방향을 좌우로 급하게 전환하며 이상 동작을 보이더니 급기야 길을 거의 건넌 보행자 쪽으로 돌진했다. 위협을 느낀 보행자들은 뒤늦게 피했지만 로보 택시가 다시 반대 방향으로 틀지 않았더라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정상 작동이라며 해명
납득시킬 근거는 없어
크루즈 측은 당시 차량의 궤적을 분석한 후 해명했다. 영상에 촬영되지 않은 다른 보행자가 차량 우측에 있었으며 해당 로보 택시는 우측 보행자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왼쪽으로 이동했다는 주장이었다. 크루즈 관계자는 "로보 택시는 모든 보행자를 정확히 추적하며 안전 설계에 따라 작동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크루즈 측의 해명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로보 택시 탑승객의 영상에 잡히지 않은 보행자가 근처 CCTV 등에 촬영되었다면 그나마 논란을 가라앉힐 수 있었겠지만 이렇다 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크루즈 측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보행자 한 명을 보호하고자 세 명의 보행자를 향해 돌진한 것 자체가 정상 작동의 범주로 보기 어렵다.
이미 몇 차례 사고 내기도
정부 기관이 조사 나섰다
앞서 크루즈 로보 택시는 이미 여러 번의 충돌 사고를 내며 완전 자율주행 기술력에 대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여태껏 발생한 사고들은 피해가 경미했거나 다른 차량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도 있었으나 자율주행 택시가 의도적으로 충돌을 일으킬 뻔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의 여파는 점점 커져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직접 조사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마치 의도하기라도 한 듯 움직인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네", "판단이 안 서면 그냥 멈추도록 설계하지 않나?"와 같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인공지능 반란의 전조증상일지도 모른다"라며 농담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