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외부 충격으로 인한 손상이 열폭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이에 전기차 제조사는 사고 시 배터리 팩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온갖 강화 설계를 적용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전기차 충돌 후 화재로 이어져 탑승자가 결국 목숨을 잃은 사고 사례는 국내외에서 수차례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 한술 더 멀쩡히 주행 중이거나 심지어는 주차된 전기차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테슬라 차량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몇 분 만에 불타버린 차량
소방관도 손쓸 수 없었다
외신 'KCRA 3'의 5월 7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99번 고속도로를 달리던 테슬라 모델 Y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전소됐다. 차주 A씨는 당시 집으로 가기 위해 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올랐는데 순간적으로 차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고, 타이어 펑크를 의심해 길가에 정차했다.
차 문을 여는 순간 차량 하부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한 A씨는 전기차 화재가 특히 위험하다는 것을 떠올려 재빨리 차에서 내리고 911에 신고했다. 그가 차에서 빠져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고 몇 분도 안 돼 완전히 타버렸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은 불길이 사그라들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실제로는 화재 드물지만
"앞으로 전기차 거른다"
A씨는 KCRA 3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집에 가서 가족과 아이들을 데리고 파티에 가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난 2명의 어린 자녀가 있는데 차에 같이 타고 있었더라면 상황이 훨씬 비극적이었을 것"이라며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고 앞으로는 전기차를 살 마음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출동한 소방관은 "전기차 배터리 화재 시 발생하는 열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우리로서는 차에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열기가 줄어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진화 작업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의 화재 가능성은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만 대당 화재 건수가 내연기관 1,530건, 하이브리드 3,475건인 반면 전기차는 25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불길이 번지는 속도가 빠르며 불을 끄기도 까다롭다는 특성상 피해를 키워 위험성이 부각된다.
올해 초 발생한 유사 사례
주차된 차에서 불붙기도
한편 지난 1월 29일에도 같은 지역 50번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테슬라 모델 S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이번 화재와 달리 발화에 앞서 이상 징후조차 없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새크라멘토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 진압에 소방차 2대, 사다리차 1대, 급수차 1대가 동원되었고 사용된 물만 6천 갤런(약 2만 2,717L)에 달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1월 7일 오후 5시경 서울 성동구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주차되어 있던 모델 X 차량의 하부에서 불길이 솟구쳤고 차량의 절반 이상이 탄 사례기 있다. 이날 주행 중 이상 증상이 발생해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했다는 차주 B씨는 정차 중인 상황에서도 차량 내부에서 이상 소음이 들렸으며 이내 화재로 번졌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