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부족한 주차 공간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운전자들의 사연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동네를 한두 바퀴 도는 건 물론이고, 주차 문제로 이웃과 시비까지 붙었다는 이들도 등장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땅이 없으면, 새 차를 살 수 없는 곳이 있다고 알려져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은 이곳의 정체는 어디이고, 이 같은 상황이 초래한 이유와 그에 따른 문제는 무엇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차보다 주차장이 우선
임대해서라도 마련해야
전국에서 차량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제주도.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 여행객들이 찾는 관광지인 만큼, 제주에서 교통 및 주차 문제는 마치 꼬리표처럼 자연스럽게 따른다. 이에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해 주차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말 그대로 ‘차고지’를 증명하는 제도로, 새 차를 구입한 소유자에게 주차장 확보를 의무화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고지증명제가 도입된 후 제주에서는 집 담장을 허물어 차고지를 만들고 있는 상황. 만약 주차장을 만들 공간이 없을 경우 거주지에서 1km 이내에 있는 공영주차장을 임대하거나 사유지를 빌려 어떻게 해서든 주차장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사를 가더라도 집만 옮기는 것이 아닌 해당 차고지까지 고려해서 전입신고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적발 시 과태료 40만 원
결국 중고차로 눈길 돌려
제주에서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16년 전인 2007년부터이다. 당시 동(洞) 지역, 대형차(2,000㏄ 이상)를 대상으로 적용됐으나, 2017년 동 지역, 중형차(1,600cc 이상)로 확대됐다. 이어 2019년에는 제주 전역과 전기차를 포함한 중형차로 대상을 넓혔는데, 올해부터 전 차종에 전면 시행된 것이다.
차고지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차를 주차할 경우 최초 적발 시 40만 원, 3회 이상 적발 시 매회 60만 원에 이르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차고지 확보가 어려운 이들은 결국 중고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차고지증명제가 적용되기 전 나온 차량 또는 사업용 차량, 차상위 계층 소유의 1톤 이하 화물차 등의 경우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심각한 주차난
서민들의 부담까지 가중
문제는 주차장이 부족한 구축 아파트나 다세대 및 다가구 빌라 등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이다. 협소한 주차 공간에 현실적으로 주차장 임대 외에 방법이 없어 부담이 가중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동 지역 공영주차장 연간 이용료는 약 90만 원, 읍면 지역은 약 66만 원에 이르는 돈이 든다.
또한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불거지고 있다. 오랜 시간 제주에서 운행한 차량이라도 등록지가 다른 지역이라면 차고지증명제가 필요하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따른다. 이 외에도 거주지 이동의 자유 제한, 차량 소유 제한에 따른 행복추구권 침해 등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