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균 사기 217건, 하루 피해 금액 약 1억 1,000만원” 이 무시무시한 수치의 주인공은 바로 ‘중고차 시장’이다. 수치의 주체가 밝혀지니, 사실상 놀랍지도 않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허위매물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피해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많다보니, ‘대기업 중고차 진출’이 해결법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 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가 대기업 중고차 진출 논의시점으로부터 2년 9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은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과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일평균 사기건수가
217건?
“하루에 217건의 사기를 친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 상황이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중고차 거래 사기는 총 55만 4,564건이 발생했고, 그 피해액만 약 2,900억 원이다. 이를 환산하면 하루에 217건의 중고차 거래 사기가 일어나며, 피해 금액도 하루 약 1억 1,000만 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사실, 국내 중고차 시장에는 믿을 수 있는 중고차 업체가 전무한 상황이라, 거래되는 중고차 품질이 낮고 가격이 제각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고차 시장이
문제인 이유
중고차 시장이 문제인 이유는 역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일부 중고차 업체의 횡포로 인해, 소비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그 중에서도 ‘허위 매물’로 인한 피해가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경기도에서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을 조사한 결과, 무려 95%가 허위 매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일부는 사이트 차단 조치가 내려졌으며, 허위 매물로 피해자를 유인한 후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중고차를 판매한 조직에 대해 ‘범죄단체죄’가 적용되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비싼 중고차를 강매당한 피해자가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해 많은 소비자들이 공분하기도 했다.
“문제 많아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작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국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인식을 조사한 결과, 약 80%의 응답자가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하고 혼탁하며 낙후되었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인식의 주요 원인으로는 ‘가격 산정 불신’이 30.3%, ‘허위, 미끼 매물’이 31.1%, ‘주행거리 조작 및 사고이력에 따른 피해’가 25.3%,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불안’이 6.2%를 차지했다. 즉, 소비자들은 현재 중고차 시장을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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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위해서라도
대기업 진출이 필요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가 받는 피해가 많다보니, 많은 소비자들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이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면, 가격은 조금 높더라도 안심하고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할 시, 해당 차량의 사고 여부나 성능 등의 차량 상태를 더 잘파악할 수 있으며, 해당 업체와 연계된 수리점을 통해 보증 및 수리도 용이하다. 그렇게 되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도 상승할 것이며, 피해를 보는 소비자도 줄어들 것이다.
대기업 진출하면
‘포 윈 게임’?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이득을 보는 것은 소비자만이 아니다.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 기존 매매상도 혜택을 보는 ‘포 윈 게임’이 될 수 있다. 이에 혹자는 “하루빨리 중고차 시장 개방을 추진해, 선순환하는 중고차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 정만기 회장은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중고차에 대한 엄밀한 검사와 불량 부품 교체, 인증이나 보증이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라며 “자동차 부품 업체의 시장 확대 등 부수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즉,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 부품사에게도 시장 확장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독점 할 수도”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도
반면,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 독점의 우려가 있다”라는 의견이 등장하기도 했다. 중고차 업체 ‘케이카’는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중고차 시장과 전후방 산업 전반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또한, “자동차 산업 관련 플랫폼을 독점하며 다른 업체들은 그에 예속하게 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로 인해 6,000여 명의 소상공인과 5만 명에 이르는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호소하며 “대기업이 중고차의 가격과 판매량을 조절하면서 독과점이 이뤄져,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얼핏 보면 대기업 생산업체가 중고시장까지 진출해서 상생을 없애는 걸로 볼 수도 있겠지만, 만일 상생협력 한다면 오히려 중고차 사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중고차 사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해당 논쟁에 더 깊이 관여되어 있는 ‘중소벤처기업부’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정시한으로부터 1년 6개월, 논의시점으로부터 2년 9개월이 지나도록 해당 주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소비자들의 중고차 시장 개방에 대한 간절함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이렇게 결론이 미뤄져서는 안된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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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진출 안 하고 뭐하나” 대한민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기업이 환영받는 곳
참으로 오랜 기간 동안,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뜨거운 감자’였다. 소비자들은 “믿고 살 수 있는 대기업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중고차 사서 골머리 아픈 적이 많다”, “중고차 사기 싹다 처벌받아서 절대 다시는 못하게 하는 법이 있어야 한다” 등 현재 중고차 시장에 대해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또한, 대기업이 독점할 수도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제발 좀 대기업이 장악했으면 좋겠네요”, “대기업이 장악하는 것을 찬성하는 정도면 중고차 업계가 어느 수준인지 보여줌”, “중고차 시장만큼은 대기업 진출을 응원합니다” 등 현 중고차 시장에서 피해를 입기 보다는, 대기업이 장악하더라도 안심하고 중고차를 구입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논쟁. 이 논쟁이 길어질 수록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관련 기관들의 조속한 결정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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