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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코모 Jan 14. 2022

빅맥이 아니라 혹시...포터 지수라고 들어보셨나요?

‘빅맥 지수’에 대해 알고 있는가? 빅맥 지수는 1986년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고안한 것이며, 각국의 통화가치가 적정 수준인지 측정하기 위해 각국의 맥도날드 빅맥 햄버거의 현지 통화 가격을 달러로 환산한 것을 뜻한다. 맥도날드의 빅맥은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파는 동질적인 물건이기 때문에 이 지표의 기준이 될 수 있었다.


이를 자동차 업계에 착안한 개념이 ‘포터 지수’이다. 빅맥 지수의 빅맥 대신 현대차의 1톤 트럭 ‘포터’가 기준이 되어 만들어진 지수인 것이다. 포터 지수는 포터 차의 판매량이 경기의 흐름과 관계있다고 여겨져 만들어진 말이다. 불황이 될수록 실직자와 취업 취약계층이 늘어나고 반대로 생계형 자영업자가 생겨 포터 차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포터는 이러한 포터 지수의 이론과는 다르게 경기 흐름과 관계없는 매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포터 지수의 

탄생 

영어로 ‘짐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포터는 현대자동차의 소형 트럭 모델이다. 1977년에 출시되었지만 자동차공업 통합 조치로 인해 1981년에 단종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미쓰비시의 기술 제휴로 1986년에 재출시되어 현재까지 생산되고 있는 장수 모델이다. 기아의 봉고와 더불어 1톤 상용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다.


경기 흐름과 포터 판매량을 연관시킨 ‘포터 지수’가 탄생하게 된 것은 IMF 외환 경제 위기 때였다. 당시 쏘나타와 아반떼 등 승용차의 판매량은 경제 위기의 여파로 예년의 20~30%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포터는 70%에 달하는 판매량을 유지하며 선방한다. 이를 언론에서 외환위기로 인해 직장을 잃거나 취업에 실패한 이들이 자영업자가 되어 포터를 구입하게 되었다고 분석하면서 ‘포터 지수’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 포터 종류가 10가지가 넘는다고?

복잡해서 은근 모르죠, 무려 10가지 넘는다는 포터 종류 모아보니

옛말이 된 

포터 지수

이전에는 포터 지수가 들어맞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는 경기종합지수를 판매량과 함께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경기종합지수는 한국은행이 생산, 투자, 소비 등 경기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주요 경제 지표를 종합해 작성한 지수를 뜻한다. 리먼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과 유럽 재정위기가 있었던 2012년에는, 경기종합지수가 낮아짐과 동시에 1톤 트럭의 판매가 전년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4년부터는 경기종합지수의 고저와 상관없이, 1톤 트럭의 판매량은 매년 15~16만 대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최근 자료를 살펴보면 포터 지수의 ‘자영업자 수가 늘면 포터도 더 잘 팔린다’는 인과관계도 성립하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의 수는 코로나19의 여파로 31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고 한다. 그에 반해 포터의 수요는 떨어지지 않았다. 즉, 현재에는 포터 지수가 옛말이 된 것이다.  

씁쓸한 현실 대변하는 

포터의 판매량

그렇다면 포터의 판매량 증가에는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 그 첫 번째 이유로는 자영업자 수 자체가 아닌,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임대료를 지불할 능력이 없으며, 주로 고정된 장소가 필요 없는 푸드트럭이나 트럭을 이용한 택배 일을 하는 업자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최근 5년간 14만 6000명이 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영업자 전체의 수는 줄어든 것에 반해, 안정적이지 않은 자영업자들은 늘어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유통 및 물류 산업의 변화의 영향이다. 2000년 대 초에 시작된 TV 홈쇼핑을 필두로, 인터넷 쇼핑이 본격화되며 산업은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이후 인터넷 쇼핑은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면서,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1톤 트럭 판매 또한 급증하게 된 것이다.  


→ 요소수 대란으로 난리 난 택배 업체

“와 이러다 택배도 못 받겠습니다” 전국 디젤 차주들 난리나게 만든 사태

‘서민의 발’이라 불리는 포터는 지난해 그랜저, 소나타, 아반떼 등을 제치고 2021년 가장 많이 팔린 국산차 1위에 등극했다. 비록 판매량은 9만 2218대로 연 10만 대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의 영향과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위축됐던 지난해 자동차 시장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결과를 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포터의 약진이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택배 차 수요 급증에 따른 것이며, 불안정한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증가했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힘든 이 시기, 유독 이 시간이 터널같이 느껴질 택배 기사님들과 자영업자분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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