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커뮤니티에 소위 ‘영정사진’이라 불리는 것들이 올라오곤 한다. 게시글을 들여다보면 20대의 청년들이 고급 승용차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다. 그 인증샷에는 “고객께서 저신용자에 과다 조회에 연체 이력까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대출을 통해 차량 구입까지 완료했다”라는 중고차 업체의 판매 후기 글이 붙어있다.
이 사진들이 영정사진이라고 올라오는 이유는 뭘까? 당장 자동차를 가졌지만 할부 이자를 내기 바쁘고, 유지비를 감당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중고차 시장에는 1만 km가 채 안 되는, 마치 새 차 같은 중고차들이 종종 있다. 어쩌면 이러한 차들이 무리한 대출을 끼고 차량을 구매했다가 반납한 차들인지도 모른다. 이 시간에는 카푸어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한다.
뜨거운 감자 카푸어
카푸어란 무엇인가?
카푸어는 자동차를 뜻하는 car와 빈곤층을 뜻하는 poor를 합친 단어로, 자동차의 구매 비용 및 유지 비용 부담으로 나머지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카푸어는 소득이나 자산이 저소득층보다는 많지만, 자신의 소득이나 자산에 비해 무리해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20대 젊은 층의 비중이 매우 높다.
대출이자와 할부금 정도는 예상하고 구매를 했지만, 유지비는 숨통을 조여온다. 20대의 워너비인 프리미엄 외제차의 유지비는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유예할부 같은 경우에는 3년을 꼬박 돈을 지불했어도, 만기 때 잔존 가치를 지불하지 못하면 차를 반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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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어가 되는 이유
허영심?
카푸어가 되는 원인은 과시욕, 허영심에 있다. 일반적인 가정에선 자산의 1순위가 집이고, 2순위가 자동차이다. 그러나 집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남한테 자랑하기도 어렵다. 또한 집은 자동차와는 차원이 다른 값 때문에 구매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집은 값이 오르지만, 자동차는 이와 다르다. 세금, 보험료, 기름값, 주차비, 정비 비용, 유료도로 통행료 등 끊임없는 지출을 낳는다. 구매 비용은 감수하고 구매하지만, 앞으로 내야 할 유지 비용을 잘 모르고 이를 무시하기 때문에 카푸어가 되는 것이다.
생계유지 어렵다는 카푸어
얼마나 비용이 들길래?
카푸어는 차를 일시불로 구매를 한 사람보다는, 할부나 리스 등을 이용해 구매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사회 초년생들은 대부분 시중은행에서 거절당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캐피탈이나 상호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데 이는 이율이 매우 높아서 카푸어가 되기 좋은 조건이다. 자동차 보험 가입비, 취등록 세 또한 차량 구매와 함께 막대한 부담을 준다.
앞서 언급했던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자동차 세금, 보험료, 주차요금, 기름값, 소모품 비용, 정비 비용 등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교통사고도 마찬가지다. 보험으로 커버할 수 없는 사고는 물론 간신히, 보험으로 해결한 사고라고 하더라도 다음 해의 보험료는 사람을 한순간에 카푸어로 전락시킬 수 있다. 감가상각도 이에 해당된다. 자동차는 구매 시점부터 감가가 시작되며 감가 속도도 매우 빠르다. 그렇기에 차는 절대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영정사진 찍어내는 유예할부
유예할부가 뭔데?
카푸어로 만드는 계약에는 유예할부가 있다. 유예할부는 유예리스라고도 불리는 자동차 리스 제도이다. 유예할부는 일단 차 값의 20~40% 정도를 먼저 선금으로 낸 뒤, 2~3년 동안은 나머지 금액의 이자만 지불한다. 이자를 지불하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나머지 차 값 전체를 한 번에 내는 방법이다.
유예할부에 유혹 당하는 사람은 계약 기간 내에 매달 지불하는 이자를 빚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할부금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할부금이라면 계약이 끝난 후에 남은 차 값을 지불해야 할 이유가 없다. 또한 이 이자를 자동차 회사의 혜택에 대한 비용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계약 후에 이 차에 대한 잔금을 지불하지 않는 이상, 이 차는 내 소유의 차가 아니다.
대출해서 차 받았는데
왜 여유자금이 생겨?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정사진’을 보면, “당일한도 XXXX만 원, 여유자금 XXXX만 원”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출해서 빌리는 것인데, 여유자금은 웬 말일까? “차를 할부로 사고 목돈까지 마련해가라”의 광고에서의 목돈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중고차 시장의 경우 몇몇 딜러들이 산정된 차량 가액보다 높은 금액을 한도로 할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알선해 주기도 한다. 대출금으로 차량 구입비, 보험 가입비, 취득세 및 거래 수수료 등을 모두 받아내고, 남은 돈을 ‘여유자금’이라고 칭하며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는 ‘차깡’에 해당하는 엄연한 불법이며, 이렇게 받는 여유자금도 결국은 고리대금업자에게 넘어갈 돈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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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할부의 문제
때론 보험 사기로 이어지기도
유예할부는 계약 만기 시점에 극단적인 행위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보험 사기이다. 원금 납입 시기에 도달하여 어떻게든 전손 판정이 나오게 만들어 최대한 많은 보험금을 타내 그걸로 할부원금을 메우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애당초에 해당 차에 근저당이 잡혀있다는 것이 보험회사에 이미 기록이 되어 있었고, 사고처리를 통해 리스회사에 각종 청구 동의 서류를 받다 보면 보험 사기인지 아닌지 답이 보인다. 이렇게 돌려 막기의 정황이 들통나면 보험금을 거부당하고 블랙리스트가 되어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유예할부보다 더욱
경제적인 차 구매 방법이 있다면?
유예할부보다 더 경제적으로 차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연 이율 9%를 넘는 유예할부보다는 장기 할부나 담보 대출을 통한 차량 구입이 훨씬 경제적일 수 있다. 집 대출이 없다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여 차를 현금 일시불로 구매하는 것이 절대금액만 놓고 보면 오히려 가장 저렴한 방법이다.
물론,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차를 구매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해야 하는 단점은 있다. 그러나 대출 기한도 길고, 이율도 높지 않으며, 이자를 내며 원금도 갚을 수 있는 방법을 마다할 순 없다. 월급을 차량 유지비와 리스 이자액으로 탕진하는 카푸어가 되느냐, 경제적이고 알뜰하게 차를 구매한 사람이 되느냐는 이러한 제도들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달려 있을 것이다.
“월 50만 원에 GM 트랙스 주인 되세요!”, “월 28만 원으로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 스팅어의 주인이 되세요!” 등의 월 납입금액을 강조하는 광고 문구들은 우리의 마음을 혹하게 한다. 그렇게 시작된 카푸어의 시작은 젊고 창창한 패기에 덥석 계약했던 우리를 벼랑 끝에 몰게 만든다.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영정사진’에 대한 비난 댓글이 쏟아진다. 이러한 거래들을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네티즌들도 많다. 반면에 군 미필, 저신용자 전액할부를 강조하는 해당 중고차 판매 업체의 리뷰 글에는 “차 잘 샀다”, “잘 몰랐는데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칭찬 글들이 가득하다. 선택은 나의 자유겠지만, 지금의 허영심과 과시욕으로 인해 미래에 피를 부를 행동은 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