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도래 이후, 타인과의 접촉이 곧 불안감을 유발하는 요즘이다. 그렇게 지하철과 버스조차 맘 편히 타지 못하게 된 지금, 여행 트렌드도 새롭게 바뀌어가고 있다. 접촉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차박과 캠핑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는 ‘마니아들의 여행 스타일’로 여겨졌던 차박은, 이제 주류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를 증명하듯 인터넷에는 현재까지 차박과 관련된 수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고, TV 프로그램에서는 차박을 즐기는 연예인들이 빈번하게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 그와 동시에 무개념 차박족들이 늘면서 점차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 어떤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함께 알아보자.
차박 캠핑이
대세가 된 이유
바이러스의 확산은 여행 스타일에 있어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호화로운 호텔, 정겨운 게스트하우스를 선호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차박, 캠핑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타인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차박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기동성’이 좋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차박은 직접 운전하여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과 경로에 있어 보다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다. 이렇게 안전하면서도 즐거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차박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
차박 열풍에 생겨나는
관련 서비스
이렇게 차박이 ‘대세’가 되자, 관련 서비스 또한 인기를 끌고 있다. 차박을 위한 차량 렌트나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주로 차를 마련하기 어려운 MZ세대나, 차박에 관심은 있으나 차량을 구매하거나 개조하는 데에는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맞춰 카셰어링 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카셰어링 업계 1위 쏘카는 기아의 소형차 레이를 차박용으로 개조한 ‘로디’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카셰어링 업체 ‘탐’은 기아의 소형 SUV 차량 셀토스를 커스터마이징해 3가지 종류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고객들은 차박 캠핑, 영화 시청, 야외 액티비티 등 원하는 목적에 따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동차 판매도
SUV가 대세
차박,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SUV의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SUV 판매량은 총 69만 6,899대로, 이는 작년 세단 판매량인 56만 8,325대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초대형 SUV 모델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12일 초대형 SUV 타호의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타호는 쉐보레의 플래그십 SUV로, 2열 파워 릴리즈 기능이 적용된 캡틴시트와 3열 파워 폴딩 시트가 탑재된 7인승 모델이다. 길이는 5,352mm, 너비는 2,057mm, 높이는 1,925mm로 엄청난 차체 길이를 자랑한다. 실로 ‘초대형’ SUV의 면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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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 명소마다
쌓여가는 쓰레기들
하지만 빛이 있는 곳에는 어둠도 존재하는 법. 차박 열풍 아래 점차 문제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쓰레기’ 문제다. 최근 차박 명소로 꼽히며, 바다와 해안선을 끼고 있는 부산 기장군과 강서구 지역에는 이와 관련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민원은 일부 차박족들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고 떠나 터져 나온 불만들이었다. 떠난 자리에 감당이 안 될 만큼의 쓰레기가 뒤덮이는 것이다. 차박지 주변의 거주민들은 노령인구인 경우가 많은데, 남겨놓은 차박 쓰레기가 엄청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심지어 기장군에서는 차박족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양이 너무 많아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주차장까지 점령한
무개념 차박족
얌체 차박족은 주차장까지 점령해버렸다. 바닷가가 보이는 울산의 한 공영주차장의 경우, 본래 캠핑을 할 수 없는 공영주차장이지만 일부 차박족이 이를 무시한 채 캠핑을 즐기는 모습이 뉴스를 타기도 했다. 캠핑을 금지하는 표지판이 보란 듯이 세워져있었지만, 이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그들의 시간을 즐겼다.
일부 차박족은 관광지의 공영주차장을 넘어 아파트 주차장까지 터를 잡았다. 지난해, 차박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파트 단지 지상 주차장에서 차박을 즐겼다는 인증글이 올라온 것이다. 작성자는 ‘비 오는 날 친구와 김치전을 먹기 위해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박을 했다’라며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이에 “아파트 단지 주차장은 취사 금지가 아니냐”, “민폐 행위다” 등 비난 여론이 일자 작성자는 ‘몰랐다’라고 해명한 후 글을 삭제했다.
비양심적 행동에
고통받는 마을 주민들
차박족들의 무개념 행동들은 고스란히 마을 주민에게 피해를 입혔다. 앞서 서술했듯 차박족이 남기고 간 쓰레기는 마을 주민들이 처리를 도맡게 되었으며, 심지어는 밤잠까지 설치고 있는 실정이다. 밤새 술을 마시며 고성방가를 지르는 등 일부 차박족들의 소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차박족들의 행태가 마을 주민들의 생계에 지장을 주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강원도에서 고랭지 채소 출하를 앞둔 마을 주민들 앞을 차박 차량이 막아선 것이다. 시장에 들어가는 경매 시간이 중요한 마을 주민들은, 좁은 농로를 점령한 차박 차량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해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인 인성까지 욕 먹는 차박 논란
→ “이거 중국인 욕할게 아닙니다” 전국 차박 열풍에 한국인 인성 드러난 상황
참다 못해
행동에 나선 지자체
결국 주민들의 불만을 받아들인 지자체는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강릉시는 주차난 해소를 위해 강문해변 제1공영주차장 운영을 유료화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강문해변은 캠핑카 등 장기주차 차량이 급증하자 순환이 되지 않아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었다. 이에 지난해 여름 해당 주차장에서는, 장기간 차박을 하던 관광객과 이를 지적한 시민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차박 명소이자 또 다른 강릉의 주요 해안 관광지인 안목해변도 마찬가지다. 강릉시는 지난해 12월 강릉항 주차장 375면에 대해 유료화로 전환하고, 커피거리 앞 170여 면의 노상주차장도 대체부지를 확보한 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렇듯 본래 강릉시의 해변 관광지 주차장은 대부분 무료로 운영이 되고 있었지만 점차 유료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어떤 교통수단도 안심하고 탈 수 없게 된 지금, 차박은 바이러스가 앗아 가버린 여행의 즐거움을 다시금 우리에게 선사해 주었다. 소중한 사람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고, 감염 위험 없이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차박만의 장점이다.
하지만 일부 차박, 캠핑족들이 쓰레기 무단 투기, 주차장 점령 등 비양심적인 행동을 계속해나간다면, 결국 차박은 한때 반짝했던 트렌드로 지나가버릴 것이다.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부터 먼저’라는 의식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