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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코모 Jan 26. 2022

"다들 사길래.."20대가 벤츠 사면 정말 후회할까요?

분명 ‘부의 상징’이었던 자동차들은, 언제부턴가 빈번하게 목격할 수 있는 ‘흔한’ 차량이 되어버렸다. 특히 고가의 수입차 브랜드인 벤츠, BMW의 경우, ‘부자들만 탈 수 있다’고 여겨졌던 이전에 비해 그 명성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과연 그 많은 고급차들의 차주들은 모두 부자일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나 고급차를 타는 운전자가 20~30대일 경우, 그들은 ‘카푸어’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카푸어는 왜 생기는 것이며, 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것일까? 이번 시간에는 늪에 빠진 사람들, 카푸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일요서울 / 원룸촌 주차장

원룸촌에 빼곡한 

수입차들

‘카푸어’는 자신의 수입이나 재산에 비해, 자동차 구매 및 유지 비용을 과도하게 지불하여 생활에 지장을 받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의 주거지는 고급차를 타는 것에 비해 비교적 열악하며, ‘현재를 즐기자’는 인식을 가지고 생활하는 젊은 층에 주로 포진해있다.  


이러한 세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원룸촌이다. 요즘 주로 젊은 층들이 많이 사는 원룸촌을 돌아다니다 보면, 주차장에 즐비한 수입차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해당 원룸들은 주로 평수가 작고 월세이지만, 주차장에는 벤츠, BMW와 같은 고급 수입차들이 빼곡하다. 참으로 이질적인 풍경이지 않은가?


→ '영정사진'으로 불리는 고급차 인증샷

“요즘 영정사진이라고 부르더군요” 요즘 20대 젊은이들이 저지르고 있는 짓

당장의 행복이 

중요한 청년들

미래보다 지금 눈앞의 행복이 중요한 청년들은, 자신의 ‘드림카’를 지금 구매하기도 한다. 한 30대 카푸어 부부는 벤츠 AMG GLB 35를 이미 보유하고 있음에도, 최근 테슬라 모델3을 120개월 초장기 할부로 구입했다. 남편은 월 300만 원대 수입의 배송직 종사자로서, 또 아내는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부부는 차량 2대를 유지하는 비용으로 월 220만 원가량 든다고 밝혔다. 이들은 차량 유지비에 쓰고 남은 돈을 월세와 식비, 공과금 등에 지출하고 있으며 저축은 하고 있지 않다고도 언급했다.


또 다른 사연의 주인공은 포르쉐 카이엔을 모는 20대 유부남 카푸어족이다. 그는 주행거리 15만 Km의 중고 포르쉐 카이엔을 총 3,300만 원에 구입했으며, 매달 차량 유지비로 약 140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회사 월급만으로는 차량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투잡을 뛰고 있으며, 하루 19시간씩일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그의 건강은 악화되었으며 심지어는 당뇨까지 걸린 상황이다.  

1억 정도는 돼야 

수입차라고?

이러한 상황과 별개로, ‘드림카’로 일컬어지는 차량 수준은 나날이 높아져만 가고 있다. 현재 수입 자동차의 주도권은 2015년부터 5,000만~1억 원대의 수입차가 잡고 있다. 하지만 이도 곧 옛말이 될 예정이다. 시간이 갈수록 소위 ‘슈퍼카’라 불리는 고급차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포르쉐, 페라리 등 억대의 고급차들이 지난해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그중 인상적인 것은 럭셔리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롤스로이스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판매량으로 225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31.6%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3,000만~5,000만 원대의 수입차는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더 이상 하차감을 즐길 수 없는 차량이 되어버렸다.


→ 국내에서 역대급 판매량 찍은 고급차 브랜드

“한국에 부자들이 이렇게 많다고?” 고급차 판매량 보니 정말 놀랍다

유행이 되어버린 

과잉소비 

그렇다면 청년들은 왜 카푸어를 선택하는 것일까? 이는 젊은 층이 마주한 현실과 관련이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미래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금방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팬데믹은 이제 아무도 종말을 단언할 수 없는 형국에 이르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치솟는 집값은 청년 세대로 하여금 ‘내 집 마련’의 꿈을 접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가운데 청년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럭셔리 상품 소비’다. 취업이 어렵고, 바이러스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도 잘 맺지 못하게 되자 자신의 정체성을 럭셔리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정립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장 인기를 얻는 콘텐츠들을 살펴보아도, ‘사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대출이 쉬운 만큼

빠져나오기 어렵다

‘직업이 없어도 전액 할부로 차를 살 수 있다’는 광고를 본 적 없는가? 이는 평균 이하의 신용으로도 자동차 대출이 가능하기에 생긴 광고 카피다. 자동차 대출 상품의 경우 처음부터 구매 차량을 ‘저당’ 잡기 때문에 훨씬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20, 30대가 자동차 대출 상품을 이용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의 연체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실제로 올 4월 ‘오토론 연령별 자동차 대출 취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11개 시중은행과 13개 저축은행의 자동차 대출 상품 이용 고객 중, 20, 30대의 대출 잔액과 연체 잔액이 전체 연령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카푸어로 전락한 젊은 층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겉보기에 좋아 보이는 

유예리스 제도

자동차 구매 시 쓰는 금융상품 중에는 유예리스 제도가 있다. 이는 차량가 일부를 이용료로 산정한 후 남은 잔금은 유예 시켜, 리스 이용료 이자만 내는 제도다. 먼저 선수금을 내고 약정 기간이 끝나면 유예시킨 금액을 일시상환함으로써, 차량가 전체를 이용료로 산정하는 것 대비 월 납입금을 낮추는 상품인 것이다.


‘월 납입금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구미가 당길 수 있지만, 계약 만기 시 남은 유예금을 일시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계약 만기시점에 차를 일시상환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다시 할부를 발생시켜야 하는데, 이때는 더 높은 금리가 적용돼 카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

점차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유지비

기본적으로 차는 관리가 필요한 존재다. 마치 아이를 양육하듯 수시로 연료를 충전시켜주어야 하며, 고장이라도 나는 날에는 서비스 센터에 방문해 수리를 맡겨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더군다나 ‘고급’ 차량의 경우, 비용의 수준은 치솟는다.


보통 젊은 운전자의 경우,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자동차 보험료 또한 200만 원이 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세금이나 유류비 등을 다 따져보면 한 달에 차량 유지비로만 10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 보통 사회 초년생의 월급이 세후 200만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벅찬 지출이다. 이에 부담을 느낀 많은 카푸어들은 1~2년 후에 차를 처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카푸어’라는 말이 이미 보편화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카푸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미래를 바라보기 보다 눈앞의 행복, 혹은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며 카푸어가 되기를 선택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름의 가치관을 세우며 순간순간 선택을 해나간다. 물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카푸어족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눈앞의 빛나는 자동차에 속아 칠흑 같은 미래를 외면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그에 따른 결과 또한 본인의 몫이라는 것 또한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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