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 출시 과정 중 사전계약을 진행한다. 사전계약은 소비자와 업체가 신차 출시 전, 차량 계약을 먼저 맺고 정식 출시 후, 해당 소비자에게 우선적으로 차량을 출고해 주는 계약이다.
사전계약에 대해 좋지 못한 시선으로 보는 소비자들도 있다. 결함을 포함한 차량의 문제점을 모르는 상황에서 출고를 해야 하니 흡사 “베타테스터가 된 기분”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최근 신차 사전계약률을 살펴보면 정말 깜짝 놀랄 수준이다.
1월 동안
다양한 신차가 출시됐다
2022년 1월부터 정말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다양한 신차들을 출시했다. 대표적으로 폭스바겐에선 신형 골프와 아테온을 선보였고,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에서는 플래그십 세단인 신형 G90을 내놨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유명한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역시 폴스타 2를 선보이며 국내 자동차 시장 진출을 시작했고 기아에서는 환골탈태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소형 SUV, 올 뉴 니로의 판매를 시작했다.
폭스바겐 골프 8세대
6개월 물량 전부 동났다
8세대로 돌아온 폭스바겐의 신형 골프는 지난 7세대 이후 국내엔 무려 7년 만에 출시되는 차량이었다. 그래서일까? 국내 소비자들이 골프 8세대에 보이는 관심은 굉장히 뜨거웠다. 현재 골프 8세대는 6개월 치 물량이 모두 완판됐다.
덕분에 지금 골프 8세대를 구매하려 한다면 최소 6개월은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폭스바겐이 디젤 게이트로 인해 시끄러웠던 시절이 있었음에도 불구, 여전히 거센 판매력을 국내 시장에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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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의 기함 G90
사전 예약 수치 역대 최고
제네시스의 기함, 신형 G90은 무려 1만 2,000대의 사전계약 수를 기록했다. 일반 브랜드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그중에서도 기함이라 불리는 모델의 사전계약 수 치고는 굉장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에 첫 발을 들인 폴스타도 국내 첫 진출작인 폴스타 2는 단 하루 만에 2,000대가 사전계약됐다. 당초 폴스타 2의 목표 판매량이 4,000대인 점을 고려해 보면 사전계약만으로 50%가 달성된 것이다. 이로써 폴스타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생 브랜드임에도 불구, 안정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아의 올 뉴 니로
하루 만에 일 년 치 물량 다 팔렸다
기아에서는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최초로 공개한 올 뉴 니로에 대한 사전계약을 지난 18일부터 시작했다. 올 뉴 니로는 전작에서 혹평 받았던 디자인을 큰 폭으로 개선한 모습을 보여 사전계약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차량이었다.
올 뉴 니로의 사전계약은 소비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전계약 첫날에 무려 1만 6,300대가 계약된 것이다. 이는 올 뉴 니로의 연간 생산량인 1만 5,000여 대를 한참 웃도는 수치로 현재 올 뉴 니로 계약 시 출고까지 1년이 걸리는 상황이라 한다.
사전계약률 살펴보니
진짜 크게 증가했다
확실히 과거에 비해 사전계약률이 크게 증가한 모습이다. 사전계약률이 증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길어진 신차 출고 대기 기간 때문이다. 차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현재 신차를 출고 받기까지 평균 6~8개월이 걸리는 상황이다.
개중에는 출고까지 1년이 걸리는 차량이 있다. 이 경우, 업체 측이 해당 차량의 연식 변경 모델이 내놓을 즘에 소비자는 1년 전 계약한 차량을 받는 셈이다. 우스개소리였던 “출고했더니 구형됐다”가 정말 이젠 너무나 당연한 현실이 된 모습이다.
사전계약에 몰리는 이유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다
신차 출고가 오래 걸리는 이유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대한 해결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량의 핵심 부품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 양이 이전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다 보니 당초 업체들이 계획했던 생산량에 못 미치게 되고, 결국 출고 기간에 지장을 주게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빠른 차량 출고를 위해 사전계약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과거 베타테스터라며 호구 취급을 받았던 그 사전계약조차 하지 않는다면 정말 차량을 언제 출고 받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니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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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더 비싼 상황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과거엔 보기 힘들었던 기현상들이 조금씩 목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중고차 가격이다. 신차 출고가 어려워졌으니 많은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고, 그 여파로 중고차 가격이 오르게 된 것이다.
문제는 중고차 가격이 신차의 가격을 추월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필요한 반도체 수량이 많아 출고 기간이 다른 차량보다 더 긴 전기차량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현대차 아이오닉 5나 기아 EV6의 중고차 평균 가격을 보면 신차보다 평균 500만 원이 더 비싼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많은 부분을 바꿨다. 대체 누가 국내 자동차 시장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이라 예상했을까? 조금이라도 빨리 차량을 받기 위해 사전계약에 목을 매고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뛰어넘는 이 상황을 말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변화된 시장 상황을 빠르게 인지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수립, 추진 중에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끝맺음을 맺진 못하겠지만, 완성차 업체들과 소비자들의 조속한 노력을 통해 한시라도 빠르게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