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파이터 형과 자폐아 동생의 유쾌한 먹방!
제목만 봤을 때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 소설임이 틀림없다. 아마 결말에서 주인공은 엄마에게 처참하게 등짝 스매싱을 맞으리.

이런 예상과는 반대로(?) 작품은 유쾌한 십대 소년의 성장물이다. 유명한 푸드 파이터가 먹다 남긴 핫도그를 경매로 사기 위해 엄마 카드로 2,000달러를 쓰고 만 주인공 데이비드. 그는 돈을 메꾸기 위해 푸드 파이팅 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받기로 결심한다.
데이비드의 남동생 멜은 자폐증을 앓고 있다. 특수학교에서도 수업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어서 홈스쿨링을 하는 멜 때문에 가족들은 고민이 많다. 멜은 깃털과 나뭇잎을 붙이거나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한다.
맬이 계단으로 걸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감았다. 내 방문은 열려 있었지만 나는 자는 척을 했다. 맬이 내 방문 앞에 서 있는 게 느껴졌다. 맬은 그저 나를 보고 잘 자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하지만 지금은 맬을 상대할 기분이 아니다. 가끔은 맬이 쇠사슬 달린 거대한 공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주 가끔, ‘맬이 없다면’하고 바랄 때도 있다. --- p.82
친구들과 함께 푸드 파이터의 꿈을 좇는 소년과 가족에게 있어서 짐인 자폐아 동생. 두 소재는 색채도 무게감도 완전히 다르다. 물과 기름처럼 분리된 두 소재가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질 수 있을지 흥미가 돋았다.
데이비드는 푸드 파이팅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만 부모님은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푸드 파이팅을 건강을 해치는 폭식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데이비드에게 있어서 푸드 파이팅은 소중한 꿈이지만 남들에게는 존중받지 못한다. 데이비드도 자폐아 동생처럼 주변인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는 거다.
데렉의 기숙사 사건 이후로 나는 프로나 다름없다. 왼손으로 햄버거 포장지를 벗기는 동시에 오른손으로 다른 버거를 밀어 넣았다. 시작하자마자 나는 거의 곧바로 나만의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무아지경에 빠졌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게 느껴졌지만 나는 사람들을 보지 않았다. 햄버거가 줄줄이 내 입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마치 씹지도 않고 꿀꺽꿀꺽 염소를 삼키는 한 마리의 비단뱀이 된 것 같았다. --- p.117
푸드 파이팅 대회에서는 무조건 많이 먹는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음식을 효율적으로 먹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푸드 파이팅을 하면서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데이비드는 동생의 규칙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남동생의 세계에는 이유가 있다. 데이비드는 남동생이 만든 세계의 규칙을 따르려고 해 본다.
동생 멜 역시 푸드 파이팅을 하는 데이비드를 보면서 성장한다. 푸드 파이팅 연습을 하는 형을 지켜보면서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사람과 소통하려 하지 않았던 멜은 응원이라는 수단을 통해 가족과 소통하기 시작한다.
맬은 우리에게 자신의 규칙을 가르쳐 주면서 우리를 하나로 단단히 묶어 줄 것이다. 언제까지나 우리의 곁에서. --- p.300
다가오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4월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기에 장애인의 재활 의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자기만의 규칙이 있다. 다른 이가 살아가는 세계의 규칙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했을 때 우리는 성장의 싹을 틔울 수 있는 게 아닐까.

* 본 게시물은 씨네리와인드(www.cine-rewind.com/)에도 개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