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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생활 적응기 4

[ 택시에서 일어난 일]

by 은연중애

1. 택시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리다

외국에 살면서 가장 당황스러운 일 중에 하나가 발생했다. 같이 근무하는 한국인 동료와 함께 택시를 탔는데 그 친구가 택시에 핸드폰을 두고 내린 것이다. 무슨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잘 안 서는 순간이었다. 먼저, 구글에서 <내 핸드폰 위치 찾기>를 해봤다. 그러나 위치정보가 없어서 불가능했다. 그래도 어쨌든 핸드폰에 Lock을 걸어두는 것은 가능했다 그다음,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베트남인에게 택시 회사에 연락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필요한 정보는 택시 회사 이름, 몇 인용 택시, 그리고 탑승 시각이었다. 택시 회사 이름은 핸드폰을 잃어버린 그 친구가 기억했고 몇 인용 택시였는지, 몇 시에 탔는지는 내가 기억해 내었다. 두 사람의 기억력이 서로 협동하는 순간이었다.


‘후에’에서 택시는 네 종류다. 택시 색깔에 따라 회사가 다르다. 초록색은 Marliln 택시, 노란색은 Vang 택시, 그리고 흰색은 Vanahill 택시다. 우리는 노란색 Vang 택시를 탔다. 순간 후회가 되었다. 쇼핑센터 앞에 주차해 있는 택시를 무심코 타버렸는데 평소에 하듯이 전화를 해서 콜택시를 탔더라면, 모든 기록이 남아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사무실에 같이 근무하는 베트남인 친구가 직접 그 회사에 가서 핸드폰을 찾아 오토바이를 타고 집까지 온 것이다. 어찌나 그 모든 진행이 빨랐는지 마치 날아온 듯 같이 느껴졌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친구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 베트남인 어린 아가씨가 슈퍼맨처럼 보였다. 새삼 베트남인의 친절에 감사하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지인 친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2. 택시 기사에게 길안내를 하다

일요일 아침!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벌써 더웠다. 교회로 걸어가다가 15분쯤 지났는데 지쳐서 도저히 더 이상 걷기가 힘들었다. 택시를 탔다. 그런데 이 택시가 무슨 일인지 거북이걸음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택시 기사를 살펴보니 핸드폰 구글 지도를 운전대 아래에 두고 보면서 가고 있었다. 아마 길을 몰랐나 보다. 다리를 건너가는데 교회를 가려면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이 기사가 좌회전 줄에 섰다. 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 인가 싶어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택시가 좌회전했다.


“Đi bên phải!” (오른쪽으로 가세요! )

다급하게 소리쳤다. 공부한 베트남어가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숫자와 방향을 나타내는 단어는 반드시 익혀야 할 필수 '현지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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