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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생활 적응기 3

[겨울나기, 와이파이, 세탁소]

by 은연중애

1. 겨울나기

베트남은 항상 덥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워낙 길쭉한 나라여서 위치에 따라 기온 차이가 심하다. ‘달랏’처럼 기온이 한국 사람에게 너무 적합한 곳도 있지만,‘ 사파’, ‘하노이’ 등 중부 이상 북쪽은 겨울이 춥다. 태풍이 자주 오고 겨울에 아주 습하다. 여름은 건기, 겨울은 우기에 해당한다.


내가 머물렀던 ‘후에’는 특히 겨울에 비가 많이 와서 겨울에 혼자 ‘후에’에 있으면 우울해지기 쉽다. 12월 경에 특히 비가 많이 온다. 그럴 때는 '후에'에서 가까운 다낭에 바람 쐬고 올 것을 추천한다. ‘후에’는 구정 전 1주일 전쯤부터 2월까지 날씨가 가장 좋은 것 같다.


‘후에’에서 첫 번째 겨울을 보내면서 너무 놀랐던 것은 하루도 쉬지 않고 보름이 넘게 비가 온다는 사실. 온도계는 영상 15도 정도를 가리켰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추워서 너무 두텁지 않은 겨울 코트가 필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집집마다 에어컨은 있으나 겨울 난방 시설이 안 되어 있어서 한국에서 가져온 전기장판을 애용해야 했다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당황스러웠던 것은 곰팡이였다. 나일론 계통의 옷은 괜찮은데 비싼 실크류, 모직류는 옷장에 넣어 놓은 지 한 달 만에 여기저기 곰팡이가 피었다. 집주인에게 연락하니 집주인이 구글에서 사진을 찾아 보내주면서 그것을 사라고 한다. 어릴 때 봤던 ‘좀약’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좀약은 어디에도 없다. 그야말로 좀약 찾아서 삼천리였다. 결국 베트남 친구가 사다 줬다. 어디서? 서점에서! 서점에서 건전지도 팔고 좀약을 팔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문화 충격이었다.


2. 와이파이

베트남에 온 지 채 3개월이 안 되었을 때 벌써 두 번 와이파이가 끊어졌다. (생각해 보니 전기도 자주 끊어진 것 같다.) 처음 와이파이가 끊어진 것은 퇴근 후 혼자 있는 밤이었다. 그때 나는 세상과 단절되는 아득함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사실 와이파이가 있어서 가족들과 수시로 연락했을 때는 한국 가족들이 바로 옆방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와이파이가 끊어졌을 때는 단지 와이파이가 끊어진 것이 아니라 세상이 끊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혹시 가족이 밤에 급하게 연락했는데 내가 대답을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몰려왔다. 지금까지 너무 당연하게 모든 연락을 카톡으로만 해 왔던 것이다.


두 번째로 와이파이가 끊어졌을 때는 마음 편하게 데이터를 켰다. 이때를 대비해서 데이터를 넉넉하게 사두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데이터는 핸드폰 가게에 가서 필요한 만큼 살 수 있다. 십만 동(5,000원) 이면 몇 달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핸드폰에 드는 비용은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매우 저렴하다.


3. 세탁소

베트남 세탁소는 옛날 내가 어렸을 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좁은 골목 깊숙이 들어가면 작은 세탁소가 나왔다. 골목에는 사납게 짖는 베트남 개들이 나와 있어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우리나라의 목줄을 한 작은 강아지들과는 전혀 달랐다. 개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함께 간 어린 베트남 친구의 손을 꼭 붙잡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골목을 걸어야 했다.


그렇게 들어간 곳은 어느 가정집. 집 한쪽에 위치한 세탁소에는 천정까지 옷이 잔뜩 걸려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대형마트에 있는 깔끔한 대형 세탁소의 외관과는 다른 풍경이다. 세탁 비용은 우리처럼 옷의 재질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야채, 과일 살 때 저울질하듯이 먼저 저울을 들이댄다. 옷의 가지 수가 많더라도 무게가 가벼우면 값이 싸다. 아주 싸다. 여덟 가지 옷을 맡겨도 4만 동 (2000원)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옷을 찾으러 오라고 한다. 심지어 빠르기까지 해서 놀랐다.


그러나. 다음날 약속시간에 가니 다림질 안 되어 있다고 기다리란다. 기다리는 시간에 베트남 친구와 쌀국수 한 그릇 먹고 왔다. 돌아왔더니 손님하고 수다 떠느라 정신없다.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 그때부터 다림질하기 시작했다. ^^

* 커버 그림은 베트남 세탁소 영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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