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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의 힘

by 은연중애

시골에 사시는 큰 시누형님이 쑥떡을 어마어마하게 해서 보내셨다. 어머니 방 냉장고 냉동실이 빼곡히 찼다. (우리 집은 어머니 방 냉장고가 별도로 있다. 크기는 작다. 냉장고가 따로 있으면 굉장히 편하다.)


복지관 식당 음식은 시어머니가 씹기에는 딱딱하고 질긴 편이어서 늘 도시락을 가져 다니신다. 떡집에서 달달한 팥고물이 들어간 하얀 찹쌀떡을 좋아하셔서 점심으로 그걸 사다 드리곤 했는데 이제 어머니 점심 도시락은 당분간 걱정 안 해도 될 듯하다.


이 쑥떡은 보통 시중에서 파는 쑥떡과는 다르다. 시누 형님이 직접 쑥을 캐서 방앗간에 가져가서 하신 떡으로 쑥이 아주 듬뿍 들어가 있다. 얼마 전에 의성에서 사시는 아주버님도 쑥을 캐서 쑥떡을 해서 보내셨는데 이번에 또 시누 형님이 보내신 것이다. 전해 들은 바에 따르자면 방앗간에 쑥을 가져가서 떡을 하면 사람들이 보고 서로 자기에게 팔라고 달려들 정도였다고 한다. 확실히 시중의 쑥떡과는 레벨이 다르다. 부드럽고도 쑥내음이 진하다.


시어머니가 구십이 넘으셨다는 말은 아주버님이나 시누 형님도 나이가 많으시다는 것을 뜻한다. 모두 일흔 언저리이시다. 서로 바빴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당신들도 나이 드시니까 더 나이 드신 어머니가 보이시고 또 그 어머니를 모시는 나에게 미안하신가 보다. 미안하다는 말씀들은 안 하시지만 이런저런 먹거리를 보내 주시는 것에서 그것이 느껴진다.


이에 더하여 얼마 전 어버이날에는 시동생네가 시어머니를 모시고 식당에서 식사 대접을 해서 나의 수고를 덜어주었다. 바로 길 건너 사는 시동생네는 최근부터 어머니 생신이나 어버이날 이벤트도 도맡아 해서 나의 수고를 덜어준다(총각 시절 시동생은 우리와 함께 살았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머니 용돈부터 시작하여 많은 도움을 준다) 나로서는 이런 형제들의 도움이 어머니를 모시는 데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힘의 바탕에는 물론 남편이 있다. 올해 퇴직한 남편은 나의 힘듦을 알고 부엌일을 잘 도와준다. 집안일 안 도와주는 남편이었다면 시어머니를 모시기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이러한 시댁 형제들의 도움은 나의 친정 형제들과 비교된다. 그리고 미안함이 올라온다. 우리 친정은 오빠가 어머니를 모셨다. 그리고 올케가 예순이 넘어서면서부터는 친정 언니가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우리 시집 형제들이 이렇게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어서 나에게 큰 힘이 되는 것과는 달리 우리 친정 형제들은 그러지 못했다. 시집 형제들이 이렇게 도와주는 것처럼 우리 형제들이 올케를 도와주었더라면 올케가 좀 더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후회가 생긴다.


그런데도 친정언니가 친정어머니를 모시는 것을 보면 너무 지극정성이어서 ‘역시 같은 핏줄이 어른을 모시는 것이 맞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시어머니를 그저 도리상 모시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그리고 함께 모시는 형부가 너무 고맙다. 연세 칠십 언저리이신 형부는 안방을 장모(우리 친정어머니)에게 내어주시고, 문간방을 쓰신다. 올해 연세 구십 다섯이신 친정어머니는 올해 부쩍 병원 입퇴원이 잦으시다. 물론 간병은 언니가 하지만 한번 병원 입원할 때마다 짐 옮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차 운전까지 형부 역할도 만만치 않다.


언니네는 살림이 넉넉하고, 자식들도 다 출가해서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이시다. 친정어머니만 아니었다면 훨훨 날아다니실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죄송하고 고맙다. 특히 형부에게 그러하다. 형부에게 ‘장모를 모시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내가 시어머니를 모시는 거나 형부가 장모를 모시는 거나 비슷한데 말이다. 우리 친정 형제들이 물질적으로 크게 도와드리는 것도 없는데...... 그분의 확고한 도덕심일 수도 있고, 성당에 다니시니 깊은 신앙의 힘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핏줄이 닿지 않았는데도 도리를 다 하시는 그분께 해드릴 것은 없고 조카들이 잘 되기를 빌어드릴 뿐이다. 그래서 ‘부모님 모시는 집은 후손이 잘 된다’는 말이 실제로 증명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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