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프로그램 3박 4일을 다녀왔다. 늘 몸무게에 신경이 쓰이던 터였다. 이번 기회에 습관을 바꾸어 보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집을 며칠 떠나 있고 싶기도 했다. 집 나가기에 좋은 기회였다.
첫날은 어리버리 휙 지나갔고, 둘째 날은 힘들었지만 하룻밤만 더 자면 된다는 마음으로 버텼고, 셋째 날은 드디어 다음날이면 집에 간다는 희망으로 견뎠다. 역시 3박 4일이 적당하다. 더 길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듯하다.
나와 한방을 쓴 아가씨는 ‘여기에 왜 왔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결혼을 앞두고 다이어트하러 왔다’고 대답했다. 결혼식 날에 날씬한 몸매로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다고. 나는 그 물음에 생각지도 않은 대답이 툭 튀어나왔다. 요즘 같은 장수 시대에 늙어서 자리보전만 하기보다는 더 이상 움직이기 힘든 시점에는 곡기를 끊고,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고. 그날에 대비해 연습 삼아 온 거라고. 완전히 빈말은 아니었다.
결혼을 앞둔 새색시와 노년의 입구에 서 있는 중년 여성의 대답이 너무 대조적으로 보였다. 마치 봄날 목련이 소담스럽게 피어날 때와 잎을 뚝뚝 떨어뜨리며 질 때처럼.
둘째 날부터 단식 프로그램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잠을 설쳤다. 좋은 강의 듣는데 머리가 아프고 졸리기만 했다. ‘물과 효소’가 먹는 것의 전부이다 보니 머리에서는 먹을 것이 왔다 갔다 했다. 기름기가 사알짝 도는 따끈한 만둣국,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에서 건져 올리는 꼬들꼬들한 라면, 과즙이 좌르르 흘러나오는 붉은 자두의 과육이 눈앞에 어른거리며 나를 흥분시켰다.
어찌어찌 겨우 3박 4일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먼저 몸무게부터 체크하니 3킬로가 빠졌다. 뿌듯했다. 다시 평소대로 밥을 먹으면 바로 원위치가 되니 고생한 것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그러니 집에 와서도 계속 식이요법을 해야 했다.
처음 이틀은 힘도 없고 졸려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평생 이런 적이 별로 없었다. 몸에 시계 테엽이라도 달린 듯 나를 쪼이고 쪼이면서 바삐 살아왔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내 의지의 힘으로 바삐 움직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내가 먹은 ‘음식의 힘’, ‘몸의 힘’으로 움직였구나 싶다.
집에 오니 유혹이 많았다. 남편이 ‘에이스’ 과자를 먹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하나 덥석!’ 하고 싶었다. 어머니가 해맑은 모습으로 ‘돼지바’를 건네셨다. 감사 드리고 그대로 냉장고에 넣었다. 주방에 갓 도착한 치킨 냄새가 거실까지 휘몰아쳤다.
그래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단식 프로그램에서 사귀게 된 ‘단식 메이트’ 두 사람 덕분이었다. 우리는 카톡으로 몸 상태도 이야기하고, 인증 사진도 찍으며, 서로를 독려했다. 집에서 추가 이틀 단식 후 보식(補食) 프로그램 20일을 더해야 하는데 ‘단식 메이트들’ 덕분에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뭐든지 힘든 일은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짧은 며칠 사이에 같이 할 동료가 생기게 된 나를 칭찬했다.
삼 일째 오후가 되니까 이제 적응해서 배고프지도 않고 음식 생각도 거의 나지 않았다. 놀라운 인체의 신비다! 거울을 보니까 내 얼굴이 조그마해지고 눈이 상대적으로 커 보였다. 살이 빠지니 얼굴 윤곽이 뚜렷해지고 예뻐졌다. 몸에 기운도 차올라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되는대로, 습관대로 먹고살았다. 내 눈에 늘 똑같아 보이는 몸이니 굳이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도 별로 못 느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습관에서 벗어나는 삶을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온 지 4일째, 앞으로 17일 남았다. 친구들과의 약속도 모두 미루었다. 이 기회에 절제하는 훈련을 해 봐야겠다. 예뻐질 나를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니 마음에도 기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단식을 통해서 몸의 독소뿐 아니라 마음의 독소도 빠졌으면 좋겠다-미워하는 마음, 시기하는 마음,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그래서 남은 인생은 몸도 마음도 가볍고, 경쾌하고, 정갈한 삶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