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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생활 적응기 1

식당에서

by 은연중애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갔을 때 제일 먼저 놀란 것은 끝도 없이 몰려오는 오토바이의 물결, 많은 사람이었다. 이에 비하면 내가 살았던 ‘후에’는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인 응우엔 왕조 시절의 수도였던 곳으로 고도(古都)로서의 향취를 풍기는 비교적 고즈넉한 곳이다. 우리나라 경주와 자주 비교되는 곳으로, 실제로도 경주와 자매결연을 맺은 곳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신이 대도시에 살든 ‘후에’와 같은 중소도시에 살든 관계없이 사는 것과 여행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간단하게나마 베트남에서 사는 것에 어떻게 적응했는지 그 경험을 기록하고자 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어느 날 갑자기 해외 여행자에서 해외 거주자로 순간 훅 바뀌어지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 이 기록이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베트남 식당에서]


베트남 말을 하지 못하니 식당에서 음식 주문할 때 영어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영어가 가능한 좀 비싼 식당에 간다. 그리고 영어로 음식을 주문한다. 약간의 바디 랭귀지를 섞어서.


베트남식 영어는 발음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와 좀 다르다. 예를 들면 English는 [잉글리], card는 [카~], face는 [페이], 이런 식으로 끝 자음을 제대로 발음하지 않는다. 아마 오랫동안 프랑스 식민지로 있었던 까닭에 프랑스어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니 주문할 때 서로 긴장하게 되고, 충분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또한 내가 주문한 것 외의 것이 나오면 돈을 내야 하니까 조심해야 한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물휴지를 한국에서 사용하듯이 무심코 쓰면 돈을 내야 한다. 물론 큰돈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전혀 지불하지 않는 비용을 낼 때는 솔직히 사기당하는 느낌이 든다. 때로는 어떤 식당은 주문하지도 않은 만두를 음식이 나오기 전에 두 개쯤 주거나 혹은 아예 테이블에 만두가 놓여 있기도 하는데 한국처럼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안 된다. 이것도 음식 값에 포함된다.


그리고 돈을 지불하는 것은 음식을 다 먹고 자리에서 앉아서 계산서를 달라고 하면 종업원이 온다. 우리처럼 카운터에 가서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계산할게요”는 베트남 말로 “Cho tôi tình tiền”(조 또이 띤띠엔)이다. 간단하게 “띤 띠엔”이라고 하면 된다.


식당에 가서 종업원에게 한번 써먹어 봤다. “띤 띠엔!” 앗! 그런데 통했다. “띤 띠엔!”이라고 했더니 순간 종업원의 얼굴에 꽃처럼 화사한 미소가 번진다. 누구든지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해할 만하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말할 때의 반가움. 뭐 그런 거 아니겠는가.


“띤 띠엔!” 베트남인의 웃음을 부르는 말. 현지에 가서는 현지어를 사용하면 환한 미소가 보상으로 돌아온다. 몇 단어라도 현지어를 사용할 줄 아는 것. 이것은 세계 어디를 가든지 통하는 현지 적응의 마법의 열쇠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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