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13] 성장을 지켜보는 즐거움.

by 홍기자 입니다

누군가가 성장하는 즐거움을 보는 가장 큰 기회는

역시나 육아이지 않을까.

아이들을 29살, 31살에 낳으면서도

먹을만큼 나이 먹고 낳았음에도 너무너무 서투르기만 했던지라

예쁘다고 생각도 못한 채로 아이들이 쑥쑥 자라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8살 10살 꼬맹이들이

유려한 단어를 콕 집어 써가면서 대화를 건달지

지난 봄에 사준 옷이 이미 껑충 작아져서 발목 위에서 달랑거리는 모습을 보면

내가 무언가를 키워내고 있구나, 아니 감히 내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햇볕만 보고도 저렇게 쑥쑥 자라는구나 감개가 무량할 뿐이다.


어제도 술 한잔 했다.

술 한잔 했단 소리를 자주 하는거 보니 내가 요즘 또 제정신이가 아니다.


도청 내 동갑내기 팀장들과 만났다.

내 나이에 팀장이려면, 그렇다. 행정고시 출신들이다.


자라는 내내 공부를 잘해왔을, 그 잘 해왔을 공부 실력으로 그 어렵다는 행정고시 문턱을 넘어

지역의 행정을 도맡아 빠르면 10년 안에 국장까지 가실 분들.


동갑이라고 공무원들과 친하게 지낸 적은 없는데

별종 팀장님 덕에 이날 새롭게 또 친구를 맺기도 했다.


서있는 위치가 대척점이어서 그러지

동갑내기들이라 고민하는 지점도,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했다.

이러니까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었지 하면서 고개를 조용히 주억거렸다.


요즘 자꾸만 이 일이 또 싫어져서

도망가려고 별 수를 다 쓰고 있지만.


사실은 나는 이 친구들이 도정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모습을 꼭 다 보고싶다.

지금은 팀장이지만 허덕이는 과의 장으로 옮겨가 멋지게 문제를 해결하고 도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모습을 꼭 보고싶다.

그러다 당연하단 듯이 국장을 달기 보단 더 많은 경험들을 쌓아서 누가 봐도 국장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는

응원을 받으며 올라가는 모습을 꼭 보고싶다.


이들의 그 과정에서 내가 유의미한 기록자로 곁에 오래 남고싶다.

사실은 그렇다.


똑똑한 친구들과 한 잔 두 잔 기울인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한번 질질 짤 뻔 했다.


누군가의 성장을 보는 것이

이다지도 기분 좋은 일이구나.

나의 도태됨이 부끄럽기 보다는 나도 너희만큼 잘하고 싶다고 힘을 얻을 수 있구나 하고 깨닫는다.


되는 일을 되게 하지 않고

시끄럽기만 한 내 요즘 주변이 이렇게만 앞으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이 레일 위에서 이탈하지 않고

부장 타이틀 달고 또 다시 이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 하며 술잔 기울일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까?


나 하기 달렸겠지 뭐.

뻔한 소리를 참 길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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