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청이 제2사회부란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겠는 슬픈 자조적 농담이다.
그만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꼭 다시 경찰기자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옆 짝궁기자과 히히덕 거리게 된다.
제보가 들어왔다.
평소 알고 지내던 분이 지인의 문제로 상담드리고 싶다면서 연락이 온 것.
최근 흉흉한 갑질 문제와 연관이 있다라나?
그런데 묘하게 찝찝한 부분도 있었다.
이미 징계절차도 끝난 모양인데 날 왜불러?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갔다.
서류더미가 한가득이다.
조직 문화가 썩었단다.
자신은 최선을 다해왔단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스릴러와 서스펜스급 반전이 펼쳐진다.
그 지점부터 나는 노트북을 닫고 싶었다.
마음은 진작 닫혔는데 펴놓은 노트북을 탁 덮는 일은 정말이지 쉽지 않더라.
내가 양해를 구한 시간은 11시인데
자기들끼리 신나서 무려 15분을 더 잡아먹는다.
나 오늘 동기랑 점심약속 있다고요.
알겠다며, 잘 들었다며,
그런데 이런 일은 나 혼자 결정할 수 없으니
회사와 상의하고 알려주겠다고 하고 서둘러 나왔다.
그와중에 조만간 밥한끼 하자는 내 말은 왜이리 초라한지.
사회화에 잡아먹힌 나의 자아여...
제보자를 만나고 나서야 이에 대한 크로스체크에 들어갔다.
도청 관계자, 관련 부서 선배에게도 다 전화했다.
당했다.
어수선한 시국을 틈타 나를 이용하려던 게 딱 들어맞은 것이다.
그제서야 생각나는 내 동기의 영험한 어록이 생각났다.
야, 제보자 10명 중 9명은 그냥 쓰레기,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면돼.
그런데 우리가 그래도 만나는 이유는 단 한명의 억울한 사람을 위해서지.
나는 언제쯤 혜안이 떠질까.
나는 언제쯤 제보자들의 말에 덜 끄덕일 수 있을까.
오늘 그 제보자에게 기사화는 어렵다는 말을 던져야 한다.
보도시점까지 콕 찝어 명시한 그 인간에게.
인간에 대한 환멸은 오늘도 게이지의 한계를 넘나든다.
에라이다 진짜.
아까운 내 시간.
아까운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