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내가 온전히 쉬는 유일한 날이다.
더 정확히는 금요일 퇴근 후부터 토요일까지.
사실상 주6일 근무를 해야 하는 일간지 기자에게 토요일의 소중함을 묻는다면
거의 니 목숨값 정도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따라 아이들과 바람쐬고 싶었다.
마침 멋진 도서전이 열린대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활자중독 수준인 나와 다르게
우리 아이들은 정말이지 책을 안좋아한다.
부모가 모범을 보이면 자연스레 따라 읽는다던데
내가 아무리 책을 쌓아놓고 있어도 우리애들은
급식걸즈니, 넘버블럭스니 이런거나 보고있다.
큰맘 먹고 산 전집들은...그만 얘기하자.
도서전 근처에선 재밋는 전시회도 열리고 있어
겸사겸사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있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길래 돌아봤더니
친한 동료기자와,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인...내가 참 좋아했던 여자 후배다.
연락이 끊겨 사실상 남이 된 우리 둘은 어색하게 눈인사만 나누고
동료기자만 어리둥절 했을거다.
나는 사람이 사실 너무 좋다.
좋다보니 속도조절을 못하고 마냥 다 잘해주고, 배려해준답시고 호구짓도 자처한다.
그리고 남은것은.
상대방의 부담스러워함과 나의 패배감 뿐..
이런 일이 여러번 반복되면 나라도 별수 없다.
최대한 새로운 인연을 안만들고 싶고
있는 인연도 가지치기 하고 싶다.
최근데 발목골절로 푹 쉴때 그나마 가지치기를 했다고 생각한 그 아이가
불쑥, 나타났을 때 내 표정은 어땠을까.
그렇게 셋이서 아무 걱정없이 웃고 떠들때도 있었는데
이제 나는 그냥 지인도 아니고 그냥 엑스트라도 아닌 사람이 됐다.
이젠 그 후배가 뭐 특별히 밉고 그렇지 않다.
원래 사람 잘 챙기는 애도 아니었거니와 나같은 호구는 그 순위에서도 늘 열외였으니까.
그런걸로 계속 서운해 하는게 너무 루저같아서
너는 너의 길을 잘 가렴,
나도 너 없이 잘 걸어갈게, 만 기억하려고 한다.
요즘 쇼펜하우어에 완전 빠져서 그의 소품집부터 뭐 다른 철학자들이 풀어놓은 책까지
닥치는대로 읽고 있는데
결국 인간은 고독하고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은 내가 가진 것만 보는 것이다 라는 말만
이상하게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마음을 100개를 줬다고 상대방도 100개를 줄 수 없다는 걸
마흔 다 되가는 이제서야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
사실 쟤네들 말고도
요즘 나를 개빡치게 하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라
그냥 그런갑다 모드를 켜본다.
그만 좀 좋아하자.
인간은 악의 근원이다. 잊지 말자.
으으으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