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27] 내가 나를 믿어준다는 것.

by 홍기자 입니다

자기확신이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검색해 봤다.

딱히 국어사전에 등재된 말은 아닌지

상단에 뜨질 않는다.

다만,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다면

그게 자기확신이라고 한다.


최근 영특한 둘째 아이가 코호트 검사를 위해 심리상담을 한시간 반이나 받았다.

워낙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어서 검사결과도 아무런 이상이 없을 것이라 여겼는데

선생님이 의외의 말을 하셨다.


정말 활발하고, 자기 주장도 강하고, 원하는 바도 확실한데

맞냐 틀리냐를 묻는 질문에는 유달리 답을 못하더란다.

그러니까 자기가 확실히 아는게 아니면 입을 닫아버리더란다.


어머니, 아이에겐 꼭 정답이 아니어도 된다는 걸 알려주실 필요가 있어요.


정말로,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이건 큰 아이에게서도 발견된 부분이고

무엇보다, 내가 그런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집으로 이동하는 길에 아이에게 물었다.

왜 모르는 건 답을 안했냐고, 혹시 틀리면 혼날까봐 그랬냐고.

고개를 크게 주억거린다.


혹시 엄마가 뭐 틀릴때마다 화내서 그래?

응 엄마가 엄청 무섭게 뭐라고 하니까 말을 못하겠어요.


나는 나에게 가혹하고 말 일을

결국 아이들한테고 그러고 살고 있었구나.

내 인생만 조지면 되는데

애들 인생도 야금야금 조지고 있었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괴로워서 팔짝팔짝 뛰고 싶었다.

누가 내 등짝을 미친듯이 후려 쳐줬으면 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오늘도 나를 믿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떨어진 오더에, 것도 퇴근을 코앞에 두고 떨어진 지시에 얼레벌레 취재를 시작했다.

심지어 당사자랑도 사실확인을 잘 거쳤다.

나 혼자 쓴 단독일까봐 신나서 퇴근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통신부터 조용하길래 그때부터 망할놈의 불안증 버튼이 꾹 눌렸다.


내가 혹시 잘못 알고 쓴거 아닐까

내가 좀 더 확인을 거쳤어야 하나

결국은

이건 기사거리가 아니었나.


불안이 터질거 같아 친한 선배에게 연락하니

너같은 애 처음 본다며 깔깔 웃어주신다.

그러면서

너 잘 썼고, 그게 인사기사고, 그렇게 쓰는거야.

너를 믿어. 라고 꾹꾹 눌러 말해준다.


나는 그제서야 다리 힘이 풀린다.

내가 아닌, 남의 말을 듣고서야

나에게 힘을 실어줬다.


누군가가 나를 믿어줄 때 내가 힘이 세진다고 한다.

근게 그 누군가가 나일 때 가장 힘이 세진단다.


그렇다면 저 말대로라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사람이다.

자기확신을 처참하게 살해한 사람이다.


내가 나를 믿어줘야 한다고

아침마다 내가 외는 주문은 다 뭐였을까.

잠꼬대였을까.


이 일에서 도망치면 나를 내가 믿어줄 수 있을까.

또 생각이 나를 잡아먹는다.


망신이 뭐라고

욕먹는게 뭐라고

창피가 뭐라고.

그게 뭐라고.


진짜 내가 죽고사는 문제는

고작 저런게 아니라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 일인데. 그게 죽고사는 문제인데.


또,

선언적으로 잠꼬대를 해본다.


불안에 짓눌리는 무게만큼

타자기를 꾹꾹 눌러 담아 쓴


오늘의 참회록.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발제26] 잃어버리며 사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