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26] 잃어버리며 사는 것들

by 홍기자 입니다

큰아이 나이가 한국나이고 10살이고

둘째아이가 8살이니

어쨋건 10년 가까운 육아경력을 가졌다고 자부하고 싶다가도

아이들을 잃어버렸던 기억이 내 등을 툭툭 친다.

그럴 자격 있느냐며.


아빠의 예순 세번째 생일이라

기분좋게 양 손을 바리바리 챙겨 친정집에 놀러갔다.

엄마는 오늘 더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그런데 오늘은 김첨지의 하루처럼 괴상하게 일이 잘 안풀리는 날이었다.

김첨지는 괴상하게 일이 잘 풀렸던가? 뭐 어따용.


동생은 바리바리 싸온다면서 결국 우리를 배곯게 했고

잘 사용하던 전기그릴은 갑자기 고기를 지글지글 굽다 운명하셨다.


그러다가 손주들한테 간식사준다며 데리고 나갔던 아빠가

아이들 없이 그냥 돌아오는게 아닌가.


오히려 아빠가 너무 놀라 큰소리로

왜 애들이 없어! 애들 아직까지 안왔어?


하는 소리에 남동생과 남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나갔다.


제집처럼 드나드는 시댁과는 달리

못난 성격의 엄마때문에 외갓집은 잘 오지도 않았던 터라 분명 길을 잃은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아빠가 놀랄새라 남편에게도

놀이터에 있을거야 걱정마 라고는 했는데

놀이터에도 없다는 전화에는 속수무책 당황할 수 밖에.


결국 아픈 엄마를 봐야하는 아빠만 두고

남동생, 여동생 부부, 그리고 우리 부부까지 넓지도 않은 그 아파트 단지를

속속 뛰어다녀야 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아이가 잠든 새에 쓰레기만 버리고 오려고 나간 그 찰나에도 아이는 나를 찾아 엉엉 울어대며 집밖을 나섰고

태권도 차량을 타라는 내 말을 잊고 혼자 집까지 왔다가 관장님이 찾아냈던 그 한 시간동안 불꺼진 계단 앞에 앉아있어야 했던 아이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미아처럼 휑뎅그레 하다.


그러고도 또 아이를 잃어버렸다.

이 좁은 곳에서 아이가 증발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여전히 다 아물지 못한 내 발 한쪽을 빠르게 앞으로 이동시키며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마음씨 좋으신 어른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경비실로 나타나셨다.

갑자기 왠 모르는 꼬마들이 벨을 눌러서 문을 열어줬는데

자기가 아는 얼굴이 아니자 온 얼굴을 찡그리며 우는 아이가 안쓰러웠나보다.


경비실에 맡겨서 방송이라도 해야지 하고 찾은 곳에서

여동생을 만났고, 그 10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천사와 조우하며 비극은 종말됐다.


세상은 비극이 넘실대는 곳이지만

그만큼의 따뜻함이 있어 겨우겨우 한발짝 씩 앞으로 나아간다.


오늘 또 아이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또 아이를 찾았다.


나는 아이만 잃어버렸다 찾은 걸까.

내가 또 잃어버리고 사는 건 뭘까.

그건 내가 찾을 수 있는 걸까?

찾을 의지는?


울다 지친 아이의 민둥민둥한 눈이 답을 재촉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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