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200402. 삼월의 나무 - 박준

by Anthony

삼월의 나무

- 박 준


불을 피우기
미안한 저녁이
삼월에는 있다

겨울 무를 꺼내
그릇 하나에는
어슷하게 썰어 담고

다른 그릇에는
채를 썰어
고춧가루와 식초를 조금 뿌렸다

밥상에는
다른 반찬인 양
올릴 것이다

내가 아직 세상을
좋아하는 데에는

우리의 끝이 언제나
한 그루의 나무와
함께한다는 것에 있다

밀어도 열리고
당겨도 열리는 문이
늘 반갑다

저녁밥을 남겨
새벽으로 보낸다

멀리 자라고 있을
나의 나무에게도
살가운 마음을 보낸다

한결같이 연하고 수수한 나무에게
삼월도 따듯한 기운을 전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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