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는 태생적인 것인가

거울치료?!

by 수우


덕후는 타고나는 것인가. 나는 뭐든 하나 빠지면 깊게 깊게 파고드는 경향이 있는데 생각해 보니 우리 아빠가 그렇다. 운동을 하면 그게 뭐든 끝장을 보는 스타일. 축구가 그랬고 스키를 탈 때도 그랬고, 지금은 탁구.

요즘 나의 덕질은 발레다. 발레 관련 이야기를 찾아 헤매고 발레 영상을 찾아보고 유명한 발레리나 리노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자하로바의 아름다운 발등을 알게 되었고, 오시포바의 놀라운 테크닉에 감탄했고, 국립발레단 심현희 발레리나의 인스타에서 영상도 계속 찾아보고 있으며, 사랑하는 빌리엘리어트 1기 임선우 발레리노의 최근 활동도 찾아보게 되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만나는 발레 관련 도서를 사거나 빌려와 읽었다. 읽은 책은 아무튼, 발레와 50을 바라보고 발레에 빠지다 두 권. 발레를 깊이 좋아하다 보면 결국 근육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 해부학까지 공부하기도 하더라. 윤금정 작가님이 그렇게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따게 되었고, 전문적인 재활을 통해 필요한 근육을 키우고 단련시키기도 하였다. 두 권 중 50을 바라보고 발레에 빠지다 이 책을 더 추천한다. 좋아하는 발레를 잘하기 위해 어디까지 공부할 수 있나 보여주는 작가님!

취미 발레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들을 낱낱이 읽어 내려가고 있다. 대표적인 커뮤니티인 레오타드를 입는 사람들(레사카페)에 올라오는 글이 요즘 나의 주 관심사다.

이렇게 푹 빠져서 뭔가에 몰두를 하게 되면 참 즐겁다. 삶의 활력이 확 오른다. 내 관심사와 같은 사람과 마구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현실에서 나와 관심사가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아서 온라인세계에서 만족한다.

아이도 나와 닮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크레스티드 게코를 입양한 뒤 크레에 대한 모든 정보를 섭렵하고 싶어 했다. 양서파충류학 책을 사서 읽고 아빠 아이디로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서 글들을 읽는다. 크레의 모프에 대해 공부하고 짝짓기 후 태어날 수 있는 모프의 가능성에 대해 공부한다. 대화의 대부분이 크레 이야기. 계속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약간 질리는데 내가 좋아서 뭔가 떠들 때 상대방도 그렇겠구나 생각한다. 이것이 거울치료. ㅋㅋ


몰입을 잘하는 성격도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 같다. 덕후 기질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어야 휘몰아치듯 빠져들 수 있는 법. 그게 무엇이든 몰입하는 순간은 행복하다. 덕후 유전자는 행복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유전자인지도 모르겠다. 주변을 조금만 괴롭히며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덕후가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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